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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임보의 세한도

2004.01.20 02:52

박정순 조회 수:434 추천:3






세한도(歲寒圖) / 임보(林步)





04/01/20 15:32, 조회 : 19





세한도(歲寒圖)




추사,김정희
국보 제180호
종이에 수묵
23cm x 69.2cm
개인 소장
1844(헌종10년)



세한도(歲寒圖)

임보(林步)





세한도를 보고 있노라면 눈시울이 젖어온다. 눈 덮인 언덕에 조그만

오두막이 한 채 있고 그 주변에 세 그루의 잣나무와 한 그루의 구부러진

노송이 서 있는 단순한 그림이다. 원근법도 무시된 채 졸박하게 그린 문인화다.

추사(秋史,1786∼1856)가 그린 이 그림을 두고 세상 사람들은 명작이라고 일컫는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세한도에 곁들어 있는 문기(文氣) 어린 발문(跋文)이 더욱 운치를

돋구고 있다. 발문의 내용은 세한도를 그리게 된 취지를 적은 것이다.

제자인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이 사절로 중국에 여러 차례 내왕하면서

진귀한 서책들을 구입해 절해고도(絶海孤島) 탐라에 귀양와 있는 스승 추사에게

보낸 바 있는데,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의 표시로 이 그림을 그렸다고 적고 있다.

내용을 대강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세상의 일반사람들은 권세가 있을 때는 가까이하다가도 그 권세의 자리에서 물러나면

모른 척하는 것이 세정인데, 내가 지금 절해고도에서 귀양살이하고 있는 처량한 신세인데

도 그대는 예나 이제나 조금도 다름없이 나를 생각하며 이런 귀중한 서책을 만리타국에서

구해 보내주니 그 마음을 어떻다 이를 것인가. 공자는 '추운 겨울철이 된 뒤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고 푸른 것을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고 하였는데 그대의

정의야말로 바로 그 '세한송백(歲寒松柏)'의 절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추사는 공자의 말씀을 빌어 우선을 칭찬하고 있다. 모든 초목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봄이나 여름에는 어떤 식물이 절조로운가를 가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추운 겨울을

맞아 보통의 초목들은 잎을 다 떨구고 말 때, 눈 속에 청청한 푸른 잎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송백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 절조를 알게 된다. 즉 지조로운 인물은 어려운 때를

만나서야 드러난다는 뜻이다.

공자는 56세에서부터 덕치(德治)를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군주를 찾아 나선다.

그때 수십 명의 제자들이 꿈에 부풀어 공자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10여 년 동안

천하를 주유했지만 그를 받아들이는 제후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공자는 늙고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조국인 노나라로 다시 돌아온다. 갖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끝까지

공자를 수행한 제자는 겨우 몇 명에 불과했다. 공자의 이 세한송백에 관한 말씀은

마지막 남은 몇 명의 제자를 앞에 놓고 한 말이다. 실로 비장한 정경이 아닐 수 없다.



세한도가 우선에게 전해진 것이 1844년이니 추사가 윤상도(尹尙度)의 옥사(獄事)에

연루되어 제주도에 유배된 지 4년 뒤, 그의 나이 59세 때의 일이다.

온 세상이 그를 등진 염량세태 가운데서도 끝까지 그를 보살피는 제자 우선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견스러웠겠는가. 세한도는 두 사제지간의 훈훈한 정의가 빚어낸

걸작이다. 우선은 스승의 이 그림을 북경에 가지고 가서 여러 문사들에게 자랑한다.

그리고 장악진(章岳鎭), 조진조(趙振祚) 등 16인으로부터 찬사(贊詞)와 제시(題詩)를

얻어 그림의 뒤에 붙임으로 더욱 그 성가를 높이게 된다.



세한도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학자 등총린(藤塚 )의 손에 들어가 수장되어 왔는데

광복 후 서예가 손재형(孫在馨)이 일본에 건너가 가까스로 찾아왔다. 1974년에 국보

제180호로 지정되어 중요한 우리 문화유산으로 기림을 받고 있다.



추사는 타고난 예술인이었다. 약관을 좀 넘은 나이에 중국에 들어가 옹방강(翁方綱)이나

완원(阮元) 같은 거장들과 교유를 하면서 대륙의 명품들을 접하고 서법과 금석학에 조예

를 쌓았다. 강인한 의지와 불굴의 기개를 지닌 선비였으며 진취적인 실학자이기도 했다.

명문의 후예로 태어났지만 이어지는 불운 속에서 파란만장의 삶을 살았다. 당파들의 정쟁

에 휘말려 두 번에 걸친 적거(謫居)의 고통을 겪기도 했다. 특히 8년 동안의 제주 유배는

추사의 예술세계를 아득히 끌어올린 중요한 수련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읽었던

수백 권 책의 목록만 봐도 그가 얼마나 서법의 연찬과 자기 수련에 골몰했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가 만일 그러한 시련을 겪지 않고 탄탄대로의 벼슬길을 달리기만 했더라면 오늘

의 추사체와 같은 그런 고매한 예술의 성취를 이룩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한

도의 탄생도 기대할 수 없었으리라.

세한도를 보고 있으면 제주의 거센 바람과 망망한 푸른 바다 그리고 초로에 접어든

추사의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른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곤고(困苦)가 빚어낸 피의

꽃인 것만 같다.





`겨울이 되어보아야 송백만이 홀로 시들지 않음을 안다`라는 뜻에서

이름지었다는 세한도.그 세한도 오른편 맨 구석엔 `長毋相忘` 이라는

네글자의 붉은 낙관이 희미하게 찍혀 있다고 합니다.



`長毋相忘`...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


스승인 추사와 제자,우선(이상적)의 사제지정이 애틋합니다.



오늘 우연히 감동으로 만나게 된 `長毋相忘` 네 글자.

누군가의 시린 삶 그 끝에 내 이름 석자 장무상망으로 붉게 새겨질

수는 있을런지... 또한 내 어렵고 혹독했던 날의 한 끄트머리에 그렇

게 새겨 넣을 수 있는 고운 사람 하나 만났는지...



이런 친구를 가졌는가.. 하는 함석헌 옹의 시와는 또다른

이덕무(1741~1793)의 옛 시도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진정한 벗 한 삶을 얻게 된다면

10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 간 누에를 쳐서 오색 실에 물을 들이겠소



열흘에 한 빛깔씩 만들어

쉰 날 동안 모두 다섯 빛깔 실을 준비하겠소이다



이 실들을 다시 봄볕에 쬐어 말린 다음

아내에게 그 벗의 얼굴을 수놓게 하겠소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으로 축을 만들어

높은 산과 아득히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에 펼쳐 놓고



마주 보며 한나절 말없이 있다가

황혼이 들면 품에 안고 돌아오고 싶소이다".







세한도 가는 길 / 유안진





서리 덮인 기러기 죽지로

그믐밤을 떠돌던 방황도

오십령(五十嶺)고개부터는

추사체로 뻗친 길이다

천명(天命)이 일러주는 세한행 그 길이다

누구의 눈물로도 녹지 않는 얼음장길을

닳고 터진 알발로

뜨겁게 녹여 가라신다

매웁고도 아린 향기 자오록한 꽃진 흘려서

자욱자욱 붉게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



묵묵히 눈을 등에 진 채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를 바라봅니다.

제주 유배때의 완당 세한도를 봅니다.

그 歲寒속에서 추사의 영혼과 정신과 예술이

담금질 할 수 있었음에

그 歲寒으로 가는 길이 없었다면

추사체로 가는 길도 없었을 거라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당하는 크고 작은 슬픔이나 고통에

무너지지 말고 도리어 뾰죡한 바늘 세워 세한을 찌르는

소나무의 기개를 배워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모든 분들... 사랑이 충만한 설날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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