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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箴 言 詩

2004.01.14 07:29

박정순 조회 수:78 추천:8

言 詩

막스 에르만


세상의 소란함과 서두름 속에서 너의 평온을 잃지 말라.
침묵 속에 어떤 평화가 있는지 기억하라.

너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

네가 알고 있는 진리를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라.

다른 사람의 얘기가 지루하고 무익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들어 주라. 그들 역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므로.

소란하고 공격적인 사람을 피하라.
그들은 정신에 방해가 될 뿐이니까.

만일 너 자신을 남과 비교한다면
너는 무의미하고 괴로운 인생을 살 것이다.
세상에는 너보다 낫고, 또 너보다 못한 사람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니까.

네가 세운 계획뿐만 아니라
네가 성취한 것에 대해서도 기뻐하라.
네가 하는 일이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그 일에 열정을 쏟으라.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것이 진정한 재산이므로.

세상의 속임수에 조심하되
그것이 너를 장님으로 만들어
무엇이 덕인가를 못 보게 하지는 말라.

많은 사람들이 높은 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모든 곳에서 삶은 영웅주의로 가득하다.

하지만 너는 너 자신이 되도록 힘써라.
특히 사랑을 꾸미지 말고
사랑에 냉소적이지도 말라.
왜냐하면 모든 무미건조하고 덧없는 것들 속에서
사랑은 풀잎처럼 영원한 것이니까.

나이 든 사람의 조언을 친절히 받아들이고
젊은이들의 말에 기품을 갖고 따르라.
갑작스런 불행에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정신의 힘을 키우라.

하지만 상상의 고통들로 너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지는 말라.
두려움은 피로와 외로움 속에서 나온다.

건강에 조심하되
무엇보다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너는 하나님의 자녀이다.
그 점에선 나무와 별들과 다르지 않다.

넌 이곳에 있을 권리가 있다.
너의 일과 계획이 무엇일지라도
인생의 소란함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너의 영혼을 평화롭게 유지하라.

부끄럽고, 힘들고, 깨어진 꿈들 속에서도
아직 아름다운 세상이다.
즐겁게 살라. 행복하려고 노력하라.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작자 미상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내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 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제 기억력을 좋게 해주십사고 감히 청할 순 없사오나
제게 겸손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이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진 않습니다만……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