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네 자귀나무
2006.02.02 23:39
공씨네 자귀나무 / 강학희
로렐하잇츠 사거리 공씨네 야채가게 앞에는
사시사철 콩깍지 문양의 늘 푸른 우산을 들고
구부정히 고개숙여 손님을 맞는 문지기가 있다
그는 지상면적 가로 세로 5피트 지하면적 무한대
공씨네 토방을 무상으로 빌려산다
어느 지하방 더부살이가 그러하듯
바람 잘 날 없는 거리,
드난나난 수 백 손님과 콩깍지 식솔들의
딸그락 딸각 잔소리까지 수렴하랴
그의 등은 늘 휘어있다
엄청난 지상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게입구, 고개 들면 꼭 닿을만한 거리에서
손님을 맞는 할배 때문에
공씨네 손님들은 마주 인사하며 들낙거린다
공손한 자귀나무 한 그루,
아린 곁방살이하며
가게 하나 하늘처럼 떠받들어 번성시키고 있다
온몸에 성심이 늘 무성하다
무상의 감사가 늘 짙푸르다
오감이 사거리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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