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할머니의 싸인

2007.11.19 12:00

강학희 조회 수:1881 추천:172

정씨 할머니의 싸인 / 강학희


사무일을 보는 나는 늘 사인을 요청해야 한다. 영한 사전 찾아보니 싸인 sign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명하는 일, 또는 그 서명, a printed symbol이다. 설명 후 X표 있는 곳에 싸인해주셔요 서류를 내민다.

남 할머니 꼬불꼬불 알파벳으로 미국 할머니가 된다
신 할머니 삐뚤삐뚤 국문으로 떳떳한 한국 할머니다
김 할머니 간단하게 金씨 가문의 여인으로 나타난다
박 할머니 투표처럼 X 가위표 기호로 왔음 표시한다
민 할머니 수전증에 반듯하던 민씨가 인씨로 바뀐다.

정씨 할머니 위 아래 땡. 땡. 점만 두 개 찍어놓으시며 싸인이 뭐여, 기냥 손도장치라면 좀 좋아, 손도장이
제일인겨. 암만, 수수천천 세상 열손 다 찍어봐 하나 같은 감? 암만, 천하없어도 못 바꾸는 게 손도장이여!
국문한문영문 전부 깜깜한 점. 땡.땡이 할머니 20년 미국살이에 점만 치시다 세상 이치까지 훤해지셨다.

아무리 봐도 골 골이 제각각 돌고 오라하신 세상 길 같은 저 지문도형 다 꿰뚫으시고 하늘 가는 지름 길,
하나 남은 육신마저 병원에 기부하는 싸인을 하셨다 점. 땡.땡이 마침표에 손도장 콱 찍어 마감하셨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시집 : 오늘도 나는 알맞게 떠있다 강학희 2012.11.27 1317
142 조이 시인에게 [1] 김영교 2022.12.22 33
» 정씨 할머니의 싸인 강학희 2007.11.19 1881
140 꽃눈으로 보면 강학희 2007.11.19 1389
139 머리카락 보일라 강학희 2007.11.19 1511
138 밥통 강학희 2007.02.11 1966
137 빛과 그림자의 속살 강학희 2007.02.11 1624
136 천국의 미소微笑공모전 강학희 2007.02.11 1629
135 선물 1. 강학희 2007.02.11 1517
134 배꼽 강학희 2006.10.30 1158
133 붉은 와인 Melot 강학희 2006.10.30 1174
132 엄마의 골무 강학희 2006.10.30 1355
131 미역국을 끓이며 강학희 2006.10.30 1434
130 함께라는 말은 강학희 2006.10.30 913
129 단추 구멍으로 보다 강학희 2006.07.16 920
128 검은 반점 흰나비 사랑 강학희 2006.07.16 1219
127 단추병 어항의 하오 강학희 2006.07.16 954
126 이성과 감성 사이 강학희 2006.04.07 1255
125 나를 눌러주는 힘 강학희 2006.04.01 1199
124 공씨네 자귀나무 강학희 2006.02.02 1231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3
어제:
11
전체:
6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