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1.

2007.02.11 07:16

강학희 조회 수:1517 추천:164







선물 1. / 강학희



         2월14일은 발렌타인데이다. 나도 올해엔 사랑하는 이에게 정말 좋은 선물을 주
    고싶은데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 그럼 내가 받은 선물 중 가장 귀하고 신비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짚어본다. 조금 빗나갔는지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받은 가장 진귀한 선
    물은 내 생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상의 우리 모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상으로
    생명을, 그 것도 人生을 선물받았다. 그 안에 어떤 것이 들었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야 할 나를 선물받은 것이다. 선물을 주신 분은 조목조목 필요한 것들을 그 안에 많이
    넣어 주셨는데 어리석게도 선물 받은 우리는 그 것이 선물인지도 모르거나, 대충 대충
    넘겨짚어 선물의 진가를 모른 채 그냥 지나쳐버리거나, 혹은 쓸데없는 고생덩이라 여
    겨 도로 거두어지기를 바라기까지도 한다.

         한 때는, 나도 내가 받은 것들을 무상이라기보다는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이라거나,
    나 스스로 갈고 닦아 취득한 것이라 착각한 적도 있었지만, 살아갈 수록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내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배려해주시는 사랑에서 오는 선
    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생각할 수록 새록새록, 받은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그냥
    받기에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더 나아가, 어쩜 나 스스로만 가지고 있
    으라 하신 선물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공유하라하신 것인데 무지한 내가 버리고 싶은
    것들, 미움, 분노, 노여움, 고통만 나누어주고 좋은 것들은 그냥 움켜쥐고 썩히고 있
    는 것은 아닌지...

         더 늦기 전에 내게 주신 선물 망가트리지 않고 잘 다듬어, 가장 좋은 것부터 필요
    한 누군가에게 나눠 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선물에 대한 감사함 일 것이라 생각 된
    다. 비록 내 선물이 남에게 크게 도움되지않을지도 모르지만..., 가만히 찾아보면 서
    로 나눌 것도 많은 것이 우리 자신인 것이다. 물질적인 것 외에도 내가 가진 시간과
    탈렌트, 보고 듣고 깨달은 느낌과 생각, 함께 기뻐해주고 위로하고 격려 할 수 있는
    웃음과 눈물과 포옹... 무엇보다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우리 존재 자체가 서로에게 얼
    마나 귀한 선물 인 것인가?

         때로 우리는, 우리가 받은 선물 겉모습만 슬쩍 엿보고 비하하거나 경멸하거나,
    남의 것보다 못 마땅해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그 것은 다만 우리가 그 선물 안에 들
    어있는 배려를 이해하지 못한 것 일 뿐, 진심으로 감사히 들여다 본다면 누구에게나
    다 자기에게 딱 맞는 아주 멋진 보석이 담겨져있는데..., 끝까지 지켜보는 인내심이
    모자라 지레 낙담하고 포기해 진짜 알멩이를 놓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다시한번 더 진중하게 선물꾸러미 속을 들여다보자. 분명 곳곳에 감추어져 있
    는 신비함을 만나게 되리라. 매 순간 순간 새로운 리듬으로 우리를 일깨우시는 숨결
    을 느끼게 되리라. 살아있는 사랑의 선물, 저 붉디 붉은 하트의 비트보다 더 생생한
    선율 들어보았는지? 더불어 무수히 반짝이는 별빛이, 태양의 열정이, 달빛처럼 아
    늑함이 가득한 오묘한 선물상자 속, 하늘과 산과 들과 강, 그리고 천연 공기 포장지
    로 감싸주신 그 분의 선물인 나, 차마 감사의 기도 조차 소리내기도 죄송하여 목이
    메일 것이다. 선물은 무엇이든 마음 그 자체가 축복이므로.

         선물의 참 의미는 기쁨, 그분의 모상으로 만들어 주신 최상의 선물인 너와나, 그
    기쁨을 전하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 삶의 조각조각 닳도록 나누어 쓰고 쓰이다, 본래
    의 손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비록 다 헐은 빈 껍데기 뿐일지라도 부끄러움은 없을
    것 같다. 분명 그 모습이 보시기에도 참 좋은 그 모습 일 것만 같다. 사실 선물이란
    그 의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니까. 언어의 연금술사 파올로 코엘료의
    "보이지않는 세계는 언제나 보이는 세계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내보인다" 는 황금 독백
    처럼 나도 보이지않는 분의 보이는 기쁨이고 싶다.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는 그에게 초
    코렛보다 마음에 감춰두고 맛보이지 못하던 하트를 그려넣은 사랑을 한통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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