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2
2005.02.25 06:17
문門.2 / 강학희
-비움, 그 물음에 대하여
겨울비에
꼼짝도 않는 대문大門
문틀을 떼어보니
놀라워라!
속을 텅 비워내고
겨우 틀만 남았다
미련도 어찌 이리 지극할꼬
속도 없는 나무 할배
끼고 먹인 휜 길손*
방금 지은 이밥처럼 통통하다
십 수년 삐꺽삐꺽
관절 공양도 모자랐던가
연한 살점 다 뜯어 주고
훨훨 먼지로 돌아간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목불木佛의 풍장風葬
옹이사리만 여남은 개
대문大問에 끼어있다
이 썩을 육신은 어찌 보시할꼬?
*흰개미, 나무를 먹는 터마이트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시집 : 오늘도 나는 알맞게 떠있다 | 강학희 | 2012.11.27 | 1317 |
123 | 나를 눌러주는 힘 | 강학희 | 2006.04.01 | 1199 |
122 | 국밥 한 그릇의 눈물 | 강학희 | 2005.08.07 | 733 |
121 | 말. 말, 말 세상 | 강학희 | 2005.08.07 | 413 |
120 | 겨울, 고픈 사랑에 대하여 | 강학희 | 2005.08.31 | 653 |
119 | 진주 목걸이 | 강학희 | 2005.12.11 | 627 |
118 | 밤비 | 강학희 | 2005.06.12 | 575 |
117 | 동그란 말 또는 생각들 | 강학희 | 2005.06.12 | 674 |
116 | 말하기 | 강학희 | 2005.10.02 | 583 |
115 | 앞과 뒤 | 강학희 | 2005.03.10 | 484 |
114 | 유성 | 강학희 | 2005.03.06 | 695 |
113 | 비누방울 이야기 | 강학희 | 2005.03.04 | 431 |
112 | 구석기로 날기 위한 프로그레스 | 강학희 | 2005.03.04 | 451 |
» | 문門.2 | 강학희 | 2005.02.25 | 451 |
110 | 문門.1 | 강학희 | 2005.02.25 | 345 |
109 | 번개와 적막 | 강학희 | 2005.02.25 | 417 |
108 | 어머니의 설날 | 강학희 | 2004.12.27 | 463 |
107 | 굴러가는 것은 | 강학희 | 2004.12.27 | 485 |
106 | 사슴 | 강학희 | 2004.11.23 | 501 |
105 | 그대에게 | 강학희 | 2004.12.27 | 396 |
104 | 전선주, 너를 보면... | 강학희 | 2004.11.23 | 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