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님과 동정
2004.09.16 22:03
고모님과 동정 / 강학희 빳빳한 깃, 흰 동정을 보면 고모님 생각이 난다 고모님이 보인다 평생 동정녀童貞女로 사신 친정 고모님, 빳빳한 동정처럼 곧은 마음으로 빳빳한 하루를 총,총,총 만나는 길목마다 만나는 손길마다 정갈한 동정처럼 닦아주셨다 하루의 나눔도 구김없이 반듯하게 하얀 동정처럼 준비하셨다 한번 써보지도 못한 고모님 아기집처럼 정갈한 여든 살 처녀 조금 삐뚤어진 치열 때문에 크게 웃진 않으셨어도 이제 처음 만난 하늘신랑 앞에서 파안대소하실 것이다 틀 없는 자유일 것이다 고모님 그리운 날은 뽀득뽀득 손빨래를 한다 뽀얗게 빨아 나를 넌다 흰 속곳 눈부신 파안대소 고모님을 만난다 빳빳한 깃, 흰 동정을 보면 고모님이 보인다. 고모님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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