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 물안개

2004.12.25 18:00

우안 조회 수:361 추천:22

촌사람이 오랜만에 시내 외출을 하니
왜 이렇게 어리둥절해 지는지...
다른 땐 안그랬는데 바깥의 변화가 아니라
내 안의 어떤 달라짐 때문인건 알겠다.
그게 무언지는 안개 속이지만.

어제 아침 배로 나오는데 물안개가 바다의 작은 용오름처럼
수백개, 수천개의 기둥으로 피어오르는  장관을 보았다.
대기는 맑고 산야는 투명한데 소양호만 거대한 가마솥이 되어
안개를 뭉실뭉실 피어올리는 거였다.

맑은 하늘의 햇살에 반사되는 눈부신 물기둥이 안개사이에서
흔들리기도 한다. 그건 차라리 황홀의 이라 할 것이다.
열기는 커녕 온기도 아닌 한기가 가득한 저 수증기들.
선착장에 닿아 배에서 내리니 마중나온 제자 부부가 하는말
멋지던데요. 구름 속을 헤치고 나온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했다.
추워야 물안개는 장하게 오래도록 열시가 된 그 시간에도
거침없이 용의 입김처럼 토해내는 것이다. 종일 영하의 기온이라면
물안개 또한 계속 솟아나며 기류에 따라 춤사위도 보여준다.

바람이 없기에 수면은 거울같고 산막골 뱃터에서는 얌전하고
수줍은 색시처럼 한뼘 남짓한 정도로 엷게 피어나던 물안개였다. 댓마리
의 물오리가 한가롭게 안개와 놀고 있었는데 소양댐 쪽으로 가면 갈수록
안개는 기세가 커져가며 짙어지고 몇 미터가 넘는 높이로 솟구치는 모습이라니.

72명 정원의 배를 혼자서 타고 나왔기에 더불어 즐길이가 없었던 것이
아쉬었어라. 선장님의 무감정은 일상으로 경험하는 분의 무덤덤일지니.

2004,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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