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by 기영주 posted Nov 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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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것이 사람의 옷을 입고
살아온 세월
부끄러움은 없습니다
가슴을 활짝 펴고
머리와 척추를 곧게 세우고
들판을 지켰습니다

노을 붉은 저녁
추수가 끝난 들판에 서서
야윈 짐승들의 울음을 삼키며
바람에 찟어진 옷을 붙잡고 있습니다

한번쯤 훨훨 타고 싶은 소망 저버리지 못하고
허수아비
겨울 들녁에 서서
눈비를 맞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