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2008.12.07 09:55

김혜령 조회 수:995 추천:174

겨울밤
한밤중에 비가 내린다.
후둑, 후두둑
지붕을 치고, 유리창을 치고
먼지 낀 정신의 막을 두드리며
비가 내린다.

오늘밤엔 당신도
저 소리를 들었으면 싶다.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곧고 나직한 비의 말
당신의 맥박소리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마음 속 휘황한 색등도 끄고
어둠 속에 숨어 날 세우던
레이저빔도 마저 끄면

굳어가던 막을 녹이며
생명이 흐르는 소리

언젠가 당신이
맨발로 찾아가
두 손 담그고 놀다가
한번쯤
마주보았으면 싶은

호수가 자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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