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위에서

2003.01.29 05:25

김혜령 조회 수:345 추천:73

마음이 전봇대를 오른다
이른 봄 나무를 오르는 지하수처럼
탱탱한 그리움이
이끼 낀 기둥을 간질이며 더듬더듬
길을 찾는다

뭉게구름 사이로 살금살금
줄을 탄다
한 발 한 발 까맣게
줄이 탄다

저만치 새까만 마침표로 앉은 새
저만치 저만치 세상이
멀어진다, 다가온다, 멀어진다, 다가....

푸득, 줄을 차고
새가 날아오른다
하늘에 반짝이는 하얀 가슴
핑글, 세상이 돈다

전선에는 눈동자만 남아 흔들린다
마침표 속에서 마주보던
한쌍의 눈동자
: (콜론)

줄의 이편과 저편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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