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을 지나며

2003.01.29 05:26

김혜령 조회 수:351 추천:65

공사장을 지날 때
잿빛 하늘을 두드리던 새들
나는 무조건 갈매기라고 정했다.

물에서 물로 날아가는 하얀 새
나는 내가 흐름이라고 믿고 싶었다.
굳은 땅을 적시며 물에서 물로 흐르는

신호등은 영영 바뀌지 않고
먼지투성이 크레인은 끝없이
모난 콘크리트 덩어리를 퍼 올렸다.
얼마나 깊은 곳에 나는 있는가.

삑삑대는 크레인의 울음소리
땅 속에서 빛을 찾는 고단한 새
크레인의 주억거리는 목에 매달리고 싶었다.

구멍난 길에서 새들이 날아올랐다.
하얗게 구름을 가르는 날개들의 합창
끼룩끼룩
새들은 분명 그렇게
물을 찾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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