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16 02:41

김혜령 조회 수:459 추천:80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이면
창가에 앉고 싶다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그친 후에도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에는 큰 나무가
바라보기에도 벅찬 큰 나무가
몸을 떨고 있다.

어루만지기에는
그의 이마가 너무 높고
감싸안기에는
그의 줄기가 너무 굵은
나무가 홀로 발돋움하며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나는 창가에 앉고 싶다.
그의 무성한 잎새들을
훑어 내리는 빗소리를
함께 듣고 싶다.

창에 걸린 내 마음이
비를 타고 그를
푸릇이 적실 수 있을 때까지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그친 후에도
그의 가슴속을 흐르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가에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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