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지혜의 상자

2011.12.31 00:07

김인자 조회 수:266 추천:34

삶을 바꾸는 지혜의 상자
김인자

    오래 전 우리 나라 비교 종교철학의 큰 학자이신 김하태 박사께서 직접 쓰신 희귀본이며 10판을 거듭한 "현대인과 종교(1970)"와 용재 백낙준 박사가 서문을 쓰신 "생의 논리" 등 책 2권을 우리에게 빌려 주셨다. 이 책들은 그 분께서 젊은 시절 연세대 신학대학장과 대학원장 재직하시던 시절 쓰셨던 것이다.

   그날 책을 주시면서 품절된 책이니 꼭 돌려달라는 좀처럼 말씀 안 하시는 당부를 하셨다. 겉을 종이로 싸서 조심스럽게 첫 권을 읽고있는데, 얼마 후 남편에게 책의 안부를 물으셨다고 하니 노학자의 책 사랑은 남다르다.

    책의 내용은 당시 곧 90세가 되시는 김 박사님의 종교와 생의 철학에 관한 고전, 현대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으로 정신적 공허와 빈곤을 채워주며 어려움 속에서 소망을 가지게 하는 내용이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담겨 있었다. 그분의 종교와 철학적 저변에는 실존주의적 사상이 흐르고 있어 참된 자아를 찾으려는 현대인들이 이해하기가 쉽게 써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듯이 젊은 시절 의심이 많았던 종교에 대한 해명을 얻은 귀중한 보고가 되었다. 또한 그 분을 중심으로 한 '한얼모임' 회원들과 제자들이 기고한 90세 기념문집 "궁극의 실재를 찾아서"가 그 해 7월 8일 89세의 생신 일에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었기에 기대가 컸다.

    인류 역사상 책이 없었다면 오늘의 21세기 문명이 있었을까? 서양문명의 가치척도인 성경, 아랍국가의 코란, 불교의 법구경, 인도의 유명한 문헌 우파니사드, 유교의 四書五經과 諸子百家書도 있어 인류가 쌓아온 문명의 기본이 되고 행동방향이 되는 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말하자면 인류의 역사는 책으로 이어지며 책이 있어 존재한다고 하겠다.

    수천 년에 걸친 온갖 민족적 시련과 박해 속에서 유태인을 지켜왔던 유태민족 5천년의 지혜와 철학이 담기고 신앙과도 같은 보검인 "탈무드"도 있다. 통권 20권으로 되어있어 1만2천 페이지에 이르며 낱말 수는 250만개, 무게가 75킬로나 된다고 한다.

    사실 책은 저자의 사상적 프리즘이자 세계를 보는 지침이기도 하다. 인류가 존재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인물과 사건들이 지나갔다. 그들 행적의 중요한 결집인 책은 우리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유산이 되었으며 활자시대에서 전자시대에로 옮긴 오늘에도 그 가치는 감소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목적이 현재의 순간 순간을 철저히 살기 위해서라면 우리의 일회성의 인생에서 지식과 간접 경험의 시간을 더 많이 소유하게 되므로 더 풍요한 생을 살게된다. 이제 디지털시대의 혁명으로 역사의 급류 속에서 앞으로 우리는 현재보다 1천 배나 빠른 세상을 살게되리라고 한다.

    컴퓨터 시대에 무슨 책을 읽나?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그러나 1천 배나 빠른 세상이 온다해도 파도치는 물결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읽을 것이며 느리고 여유 있게 하루 24시간 안에 취할 수 있는 양만큼 살아갈 것이다. 오늘날 TV가 있어도 극장은 여전히 만원이고 E_mail이 의사전달의 한 수단이 되었어도 카드는 잘 팔리고 있으며 흰 편지지에 길고 따뜻한 마음의 향기를 담아 깊은 삶을 글로 보내고 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더 보인다고 한다. "남의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자신을 개선할 수 있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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