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쁨

2008.07.23 23:15

김인자 조회 수:833 추천:130

김인자

    우리들은 일상에서 이탈한다고 생각할 때 마음이 설레게 된다. 여행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기 위해서라고 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분주하고 건조한 생활에서 벗어난다는 자체가 마음을 흥분케 한다. 여행에서 새롭고 신비한 경험을 한다거나 삶을 반추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이 또한 여행의 소득이라 하겠다.

  전자문명의 정보홍수 속에서 방안에 있어도 화면을 통해 세계각지의 문물을 소상히 알게도 되지만 생생하게 직접 보고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림의 떡일 것이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곳, 아니 상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직접 보게될 때의 기쁨 또한 여행의 참 소득이 아니겠는가? 옛말에도 일이 끝날 때를 기다려 쉰다면 끝날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삶은 복잡하게 계속된다는 것이다.

    지난 번 연휴에 그랜드 캐년 래푸팅 관광에 다녀왔다. 몇 년 전에 그랜드 캐년에 갔을 때는 싸우스 림의 언덕에 서서 천년만년 걸려 형성되었을 지층을 아찔하게 내려다보았었다. 지구의 역사가 퇴적된 신비한 내장이 드러나면서 우주생성의 시간이 누적된 지층! 빛의 감도에 따라 뿜어내는 색감의 변화와 묵묵한 말없음에 그저 경이로운 감동에 젖었었다.

    그러나 이번은 그 지구의 내장 속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에 고무보트를 띄워 지층 밑의 웨스트 림을 흘러 내려갔다. 양쪽 머리 위로 깎아지른 암벽의 병풍너머 멀리 보이는 푸른 하늘과 흔들리는 물결, 천에의 계곡 사이에 들어오니 사위는 자연의 소리뿐이다.

  햇빛이 물살에 잘게 부서지며 반짝이는 여울목에 이르렀다. 물줄기가 서로 부딪치면서 꿈틀대는 소용돌이에 작은 고무보트가 억박자로 파도를 가르며 지나갈 때 물살에 뒤집힐 듯 아슬아슬하게 곡예 하던 보트가 가까스로 몸체의 균형을 되찾는 보트 위에서 사람들의 환호의 외침이 계곡의 정적을 깨웠다.

  머리위로 장엄하게 솟은 암벽 넘어 푸른 하늘에 하얀 새털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저 지상 위에서는 이 순간도 일상의 시간이 흐르고 있겠지!

    우리 인간은 매일 매순간 여행을 하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시작한 인생의 여행, 책으로의 여행, 또는 역사 속으로 여행하기도 하며 과거의 추억이나 미래의 꿈속으로 자유자제로 여행한다.

  사람들은 현재에 존재하면서 마음이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구석구석 여행한다. 그러나 미래만을 자주 여행하면 현재가 소흘해지고 과거에만 얽매어 있으면 다시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척박한 현재로부터의 구출을 먼 과거의 노스탤지어나 꿈속의 미래에서 구한다는 것은 어리석다고 했다.

  여행은 현재에서 출발했어도 여행에서 얻은 풍부한 삶의 목적지는 다시 현재가 되어야할 것이다.

    여행을 하면 일상의 집착에서 나를 잊고 과거 인간들이 이룩한 역사 속을 드려다 보게 된다. 세상을 먼저 살았던, 그 당시 그 상황의 사람들, 지금 살고있는 우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른 문명에 대한 이해는 각양각색의 지구인이 한 인간가족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이민 와서 소속감을 상실하고 추억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나그네인 우리들은 이제 "세계인"으로서 정체성을 살리며 살아야겠다는 자각이 들기도 한다. 복잡한 일상의 탈출! 현재를 떠남으로 결국 현재를 더 살찌우는 역리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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