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5와 남북전쟁......한국일보

2011.12.10 01:34

김인자 조회 수:384 추천:27

6. 25와 남북전쟁
김인자

6월 25일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며 이번 6월 30일은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을 테마로 쓴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발간된 지 75주년 되는 날이다.

   한국의 6.25사변이나 미국의 남북전쟁이나 둘 다 남과 북의 동족산장의 참혹한 전쟁이었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발발해서 1953년 휴전협정 체결로 끝이 났으나 전쟁으로 인한 비극의 상흔은 지금도 한인들 가슴속 깊은 한으로 남아있다. 올해는 6.25사변이 난지 61년이 된다. 해마다 6월이 되면 다시 돌아보게 되는 전쟁의 상처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우리 세대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비극인 것이다. 전쟁은 인류에게 상처와 고통과 희생만을 강요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비통한 사람들은 전쟁의 와중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서로 헤어진 이산 가족들일 것이다. 1985년부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었으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계속되지 못하다가 2000년부터 다시 연속되었으나 60년을 헤어졌던 가족이 일회성 만남으로 그 깊은 한을 풀 수 있는 것인가? 또한 60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120만 명의 상봉신청자들 중 5만 여명이 세상을 뜨셨고 지금까지 2만 여명만이 가족상봉을 할 수 있었다고 하니 남북이산가족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시급히 실행되어야할 민족의 요구이다.

   이산가족상봉 현장을 TV에서 볼 때마다 우리 모두 눈물 흘리며 가슴아파하는 것은 전쟁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전쟁은 역사의 기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만이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기억에서 잊혀지게 하는 것뿐이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간 계속되었던 미국의 남북전쟁은 그 전쟁의 목적은 남부의 450만 명이나 되는 노예해방이 명목이었으나, 내용 면에서는 공업이 발달한 북부와 목화 농장으로 흑인 노예가 필요한 남부의 경제전쟁이었다. 북의 승리로 흑인노예들은 해방되었으나 150년이 지난 오늘날 그 후손들은 백인들과 동등한 기회와 자유와 권리를 누리며 링컨 대통령의 이념이 실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바로 1992년 LA에서 일어났던 흑인들의 4.29 폭동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951년 피난시절 언니의 방에 있던 책장에서 나는 5권으로 된 작은 책을 발견했다. 당시는 어거스틴의 <참회록>이나 그 외 소설들도 검은 점박이가 박힌 누런 종이의 책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흰 종이로 예쁘게 제본된 일본 책의 번역본이었다. 언니 몰래 가져다 읽으면서 미국의 남북전쟁과 남부의 아름다운 문화와 흑인 노예들의 비참한 생활을 이해하게 되었다.

   마가렛 미첼이 남편의 권유로 미국의 남북전쟁에 관한 소설을 26세에 쓰기 시작해서 7년이나 걸려서 탈고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0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그러나 36세인 1936년에야 맥밀란 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었다. 그 해에 150만 부가 팔렸으며 플리쳐상이 수상되었다. 제작자인 셀즈닉이 영화화 권을 취득해서 1939년 프레밍 감독에 의해 상영시간 3시간 50분의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동년 아카데미상 10개를 획득했다.

   "일찍이 그리운 남부라 불렸던 곳, 기사와 목화의 향수가 있던 곳, 이 아름다운 토지."인 조지아주의 태라와 아틀렌타에서 1861년부터 시작된 남북전쟁과 태라농장의 장녀 스카알렛과 실존적 사상과 실용적 생활관을 가진 레트 바틀러 선장의 애틋한 사랑과 애슐리와 메리를 중심으로 전쟁과 배고픔과 무너진 남부신사들의 자존심과 전후의 괴롭고도 비참한 1873년까지의 이야기다.

   렛트의 사랑을 잃은 스카알렛은 그러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라며 다시 굳굳하게 일어선다.
   "아줌마들이 읽는 책을 엄마도 좋아하네요. 마가렛 미첼이 '스미스' 칼레지에 다녔기 때문에 그래서 저를 '스미스'에 보내셨어요?" 내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열중하는 것을 알고 우리 딸은 내게 물었었다.

6-2011 한국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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