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한 조각의 여운

2011.12.31 00:35

김인자 조회 수:408 추천:41

스티커 한 조각의 여운
                                                          김인자(시인)

    70년대 초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살다가 아이들의 장래에 대한 열풍이 우리부부에게 휘몰아쳤다. 그것은 열병을 앓듯이 마음과 몸을 지배하고 장래가 훤히 내다보이는 대로를 마다하고 외로운 망망대해로, 얼음 덩어리 웅프라우로, 사하라 사막으로 우리의 진로를 바꾸게 했다. 드디어 1975년 봄 미국으로 우리의 미래를 옮겨왔다.

   그 후 지금까지 엘에이 북쪽의 작은 도시인 버뱅크에서 카드와 책과 선물을 파는 상점을 하고 있다.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엄마와 함께 왔던 어린 소녀가 이제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상점에 오곤 한다. 그 때 그녀가 사갔던 핼로키티를 지금은 그녀의 아이들이 사간다. 어떤 때는 건장한 청년이 와서 반갑게 인사하며 '아줌마는 28년 전의 그 아줌마 맞죠?' 하고 묻기도 한다. 자세히 쳐다보면 말썽꾸러기 소년의 모습이 생각난다. 어느새 핸섬한 청년이 되었다. 동양여인이 백인동네에 와서 장사하니 인상에 남았나 보다. 아니면 타 주에 있는 대학에 갔다가 취직하고 결혼해서 살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방문하러 왔는지도 모른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 파킹랏에는 차들이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 퇴근시간이라 마켙에서 식료품을 사는 사람과 커피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