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단상 - 나의 수필쓰기 / 김영교

by 김영교 posted Dec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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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단상 - 나의 수필쓰기

 

시만 쓰던 내가 내 속에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강한 내적 끓어오름, 그 출구를 통해 참으로 많은 만남을 허락 받았다. 나의 글이 수필이란 얼굴로 세상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캄캄한 밤바다에 등대 같은 사람들을 만난 기쁨은 보너스였다. 햇빛, 바람, 나침반, 음악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의 삶을 보다 성숙함으로 다가가게 하는데 모두 필수적 영양분이 되어 준 좋은 만남들이었다.

 

그 만남에는 늘 설렘이 있었다. 허기와 갈증에 타던 세월을 마다않고 껴안으며 함께 뒹굴어 주었다. 그 때 수필의 바다로 안내되었고 내 안에 늘 출렁이던 바다의 정체를 알아가게 되었다. 수필이 갈한 목을 축여주며 계속 내 속을 흐르며 솟아올랐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지탱시켜 주었고 수필이 두레박이 되어 깊이깊이 아래로 내려가 물을 길어 올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나오는 수줍은 수필 꼭지들, 그 환희 배경에는 생명차원에서 목을 축이며 날개가 붙어 비상하는 것이었다.

 

침묵 속에서 태어나 외로움을 절절히 호소, 공감을 자아내는 도입부에서 부터 읽는 사람의 마음에 가 닿는 상생을 꿈꾼다. 생명의 기척이라곤 없는 황무지에서 햇볕에 감응하는 풀 한 포기 발견하는 것 같은 놀라운 경험을 쓰고 싶다. 가슴을 감동에 젖어들게 하는 수필을 쓰고 싶은 것이다. 재미있으면서 간결한 감동의 수필을 쓰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삶이 나의 경험이 나의 수필집 출현을 가능케 했던 동기가 돼주었다. 기적에 가까운 결실이었다. 개성 있는 수필 한 꼭지, 두 꼭지와의 개별적 만남은 내적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해 주었고 획기적인 건강로(路)로 안내되면서 눈뜸과 깨달음에 가 닿는 절대 필요한 회복의 발판이 되기도 했던 수필쓰기의 길이었다.

묵은 마음의 밭을 기경하는 데 최선을 하리라는 농부 마음이 쟁기를 든다. 은유와 비유로 넘치는 <성서>와의 가까운 만남은 황금어장을 펼쳐준다. 눈여겨보도록 문학적 소양을 주신 창조주께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유한적 나의 시선이 그나마 가 닿는 곳에는 늘 감격과 감동, 아름다움에 둘러싸인 생명의 경이가 물결치고 있다. 의식의 바다에서 눈뜸은 줄기 퍼렇게 잠수했다 요동하는 수필을 부여잡고 함께 끌어 당겨 올려졌다. 숙명적인 만남의 기막힌 교감이었다.

 

수필바다에서 수시로 만나는 감동이라는 진동은 마음을 울리고 근육을 떨게 하다가 진정되고 치유되는 고요의 늪 단계에 이르게 한다. 글이 수필이란 얼굴로 계절에 따라 색깔과 다른 모양을 갈아입고 문학동네로 외출할 때 생명의 빛이 우선 내 마음을 비추고 독자에게까지 반영 되어 상생의 효과가 파생되는, 바로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나의 수필 쓰기는 바로 생명만남이라는 무리 없는 결론을 내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필은 수긍이 가는 감동의 언어로 출항하는 푸른 나의 생명항해이기 때문에 오늘도 내일도 계속 출항 대기 할 참이다.

글은 그 사람 자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먼저 좋은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내 나름대로의 수필쓰기의 길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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