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사무치도록 그리운 사람아> 김영교

by 김영교 posted Jun 2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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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깊은 곳에 은밀한 거울 하나 있네

거울 속에는
흐르는 강물, 크고 작은 나무들과 새들의 지저귐
아름다운 계절의 활기찬 함성
그리고
허기진 푸른 들판의 꿈 높던 기억들

비오면 습할까 해 뜨면 눈 부실까
세월의 먼지, 나이의 속도에 낀 얼룩
비눗물로 닦고 입김으로 불어
거울 가장자리 정성스레 아침저녁 훔치었네


깃빨처럼 평생을 펄럭이는 인연
지리적 거리를 넘나드는 클릭 세상에
아직도 서성대는
거울 뒤안의 그리운 얼굴들

잊어버린 듯 떠오르고
잃어버릴 뻔 찾아낸 행방
먼 전화선 끝에 매달린 목소리
내 몸을 뚫어
삶의 무게 힘들었던 비탈을 지나
속 털어놓는 동아리마다
오후 햇살이 이렇게 따스할 수가...

오늘
50살 영글어 읶은 우정
의미를 입혀 뭉클하도록 정겨운 거울 앞에 세운다
흰 머리 주름살의 내 얼굴은 간 곳없고
하늘 같은 미소의 그대만 가득

멀리 가까이 나를 키우고 있는
사무치도록 그리운 사람아!
곰삭은 정 맛스러워
한없이 아름다운 생
한 숟갈 두 숟깔 떠 먹을 때 마다
소리 지르는 기쁨
거울 안 쪽 내 마음 저 깊은 계곡
메아리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