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 三題 길, 등대, 민들레 씨방
2011.05.13 01:43
<詩想 三題> 길, 등대, 민들레 씨방
<길>
세상에는 길이 많습니다.
제 관심을 끌은 길은 만질 수 없는 길 쪽이었습니다.
눈길, 손길, 발길, 꿈길, 그리고 살길 등등
공중에 나는 새들은 보이지 않는 길을 날아가고
물 속 물고기들도 비늘 하나 다치지 않고 저들의 길을 헤엄쳐 갑니다.
이 보이지 않는 길들을 담아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었습니다.
길 가는 사람에게 길, 꼭 필요합니다.
삶 한가운데서
잃은 듯 찾았고, 닫힌 듯 열렸고
끝인데 시작이었던 숱한 길들을 기억합니다.
일찍이 <길>로 오신 이를 만나 삶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등대는 빛의 길을 구체적으로 가시화 한 지상에 있는 빛길의 한 표상이며
민들레라는 보잘것없는 들풀에서 "의미"를 찾아
한 생명의 선교적 파송사역을 자연계시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람의 길이었습니다.
뷰 파인더라는 내 안의 새로운 눈뜸은 통로가 되었고
선택하도록 이끌어 주심은 관계회복이었습니다.
그 때 "선물"을 받은 것입니다.
한치의 손상도 없이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발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몰아의 시간 속에 계속 낮게 엎드리게 하셨고
밀착된 땅에서 스며드는 흙냄새에 취해 행복하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카메라와 심상에 사진 두 장이 찍혔고
자연과 합일되는 바로 극치의 순간이었습니다.
<등대>
너와 나는 좋은 친구
나는 늘 빛이고
떨며 돌아 서 있는 너는
때 따라 어두움에 잠긴다
나를 찾는 너의 처연한 절규 앞에 내가 있다
너의 어둠이 나의 아픈 행복이다
나는 나팔이다
네가 잠든 캄캄한 바다
행여 짙은 안개가 널 좌초시킬까
너를 지키기 위해
밤이 새도록 불어대는 불빛 나팔
나는 길이다
네가 방황할 때 생명으로 안내한다
삶의 풍랑이 덮쳐오면
나는 네게서 눈을 뗀 적이 없어
네가 다가오도록 언약의 빛을 쏴 너를 살린다
어두운 삶의 바다에서 <생명의 빛>을 재창조하는
등대를 만난 기쁨
뷰 파인더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선물중의 <선물>.
<민들레 씨방>
발이 없는 씨방이 안 가는 데가 없다
바람이 하는 짓이다
광야에도 길가에도
옥토에나 자갈이나, 가시 넝쿨에도
차별 없이 데리고 간다
먼 땅에 날아 온 사람 민들레
낯선 기류 껴안고
구름 낀 하늘도 춤추며 날아 가는
가슴 조린 불면의 밤바다 건너
씨방 흐터져 날아 올라, 땅 끝까지 날아 올라
민들레의 지경은 넓어져 간
새롭게 열리는 우주
샛노랗게 피어난다
디아스포라
보잘것 없는 들풀 민들레에서 "의미"를 찾아
한 생명의 선교적 파송사역을 뷰 파인더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람길(성령)이 펼쳐준 은혜
더없이 흔하고 천하여 볼품없게 보이는
민들레
바람이 길을 내면서 받혀준
비상이
나를 가두는 모든 사고와 제도에서
드디어 놓아준다
자유,
모두가 '선물'
모두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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