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 한인타운 한 복판에서 / 김영교

2011.06.27 08:25

김영교 조회 수:737 추천:144

물레방아* 모임이었다. 한인타운 한 복판에서 금년 마지막 8월 주말은 특별했다. 9순 노모님을 모시고 사는 동아리 멤버의 자기 집 작은 농장에의 초대가 있어 다 모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업체 돌보랴 취미생활 하랴 참으로 건강하고 부지런한 회원이 틈을 내 집을 팀 멤버들에게 오픈한다는 의미는 단합대회 차원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풋고추, 애호박, 호박잎, 도마도 오이등 무공해 채소들, 달걀, 대추, 감 복숭아등 수없이 공급받고 환성을 터뜨린 우리들이었다. 설렘을 안고 그 화창한 날씨에 그 현장에 갔었다. 쉼을 위한 작은 소풍이었다. Los Angeles 도심 한 복판 주택가에 자연 농장이 귀염성 있게 자리 잡고 있으리라고는 짐작이나 했겠는가? 닭장엔 암탉이 4마리, 진돗개가 3마리, 7,8년 정붙이 50마리 남짓한 각가지 잉어들, 홍고, 노고, 백고, 중고, 흑고등 골고루 종류대로 사이좋게 수련사이를 몰려다니는 고이들, 절경은 물레방아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지붕 끝에는 풍경이 제구실을 하며 운치를 돋구며 작은 연못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행복한 연못이 었다. 봄이면 백도 복숭아와 블랙 채리나무, 감나무들과 대추나무에는 지금 과실들이 빽빽하게 달려있고 호박넝쿨, 오이, 포도, 도마도, 고추, 옥수수, 깻잎 등등 거기에 수석수집도 한 몫 끼어 자연 농장 축소판 이었다. 모두가 가족이었다. 모두가 음악이었다. 자연농법도 배우고 나무를 다듬어 파는 목각서예 강의도 들었다. 새들도 날아와 재잘댄다. 빨강 고추잠자리도 보았고 풍댕이 따라 붕붕 구름 없는 하늘에 따라 올라가 시야 가득 늦여름의 파아란 하늘을 만나기도 하였다. 쑥 송편과 쑥떡, 선인장 쥬스에 뒤뜰 농장에서 나온 농작물로 참으로 친환경 식탁을 아름답게 확대해준 배부름을 즐긴 좋은 주말시간, 싱싱한 상추쌈, 호박된장 찌개, 부추 부치게등 행복한 식탁을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다. 입맛도 재료도, 우정도 모두 무공해, 친환경적이었다. 뒤뜰 한 귀퉁이 나무 밑에 안고 오신 화분 2개를 내려놓으신다. 멀리 사는 목사님이시다. 농부의 보살핌이 필요한 화분, 하나는 주인 농부에게 귀한 화초선물을 안겨주시고 나머지 큰 것은 내 몫이라 구별해 주셨다. 그 목사님이 정성스레 안고 오신 잘생기지도 않은 화초, 싱싱해 보이며 순해보였다. 그 약초이름은 <바나바>. 처음으로 바나바를 만나게 된 것도 작은 농장주인 덕분이다. 성경에나 나오는 바울의 동역자 사람 바나바와 지난 주말 우리 집에 입양된 식물 바나바가 앞바퀴 뒷바퀴로 나의 일상을 신나게 이어갈 것을 확신하며 나누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망태 안에는 무공해 식량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오이, 호박, 깻잎, 풋고추, 계란... 이 두 바나바를 알고 지내는 나의 기쁨이 작지만 예사롭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역사 속에 강력하게 살아있는 사람 바나바, 뒤뜨락에 내려서기만 하면 나를 사로잡는 화분속의 바나바 쌍떡잎...암에 좋고 당뇨에 특효라는 약초! 우정을 다지고 문학을 논하고 지금은 건강에 신경 쓰는 나이가 되었다. 주위에서도 내 건강을 챙겨주고 관심의 눈빛을 전해주는 이웃들이 있어 감동, 감사하는 주말 농장 나들이였다. ------------------------------------ * 나도향의 단편 물레방아: 나도향은 1920년대를 풍미한 우리나라 대표적 소설가로 우리의 현실을 잘 묘사 그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젊은 작가였다. 그가 25세의 아까운 나이로 요절, 눈 감을 때까지 수없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평창의 친구 두이네 허부나라에 머물며 강원도 봉평 직접 물레방아를 찾았을 때 그 설렘의 새로운 맛은 훨씬 향내가 짙었다. 역사를 콩콩 돌리는 물레방아 물줄기가 마을 앞 기슭을, 사계절의 변화를, 스치는 아늑한 농촌을 배경으로 가난했던 우리 농촌의 정서와 토착 냄새를 물씬 풍겨주었다. 달밤에 처다 본 초가지붕의 박넝쿨, 아플정도로 가슴이 찡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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