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송이 정 한송이

2011.08.13 04:27

김영교 조회 수:562 추천:157

프르름이 짙게 하늘로 번저가던 신록의 계절에'행복의 편지' 방송심사를 의뢰받았다. 일차 심사를 거쳐 내 가슴에 안겨진 20통의 편지 다발은 감동의 꽃다발, 각기 특유의 색깔과 모양과 내음으로 활짝 웃어주고 있었다. 그 중에 情한송이 유난히 곱게 몸 흔들며 다가와 나의 시선을 몽땅 끌아 당겼다. 해마다 이 맘때 쯤이면 행사도 많고 추억도 깊다. 모두의 가정사는 이민 역사였다. 사랑부재, 이별, 가난, 힘듬, 소외감, 언어장벽, 낯선 피부색, 낯선 말, 낯선 풍습의 낯설음 속에서 배불리 먹었는데 늘 허기졌고 많이 껴입었는데도 마디마디 시리고 추웠다. 외로움은 이민지붕에 매달린 녹지않는 뾰족한 고드름이었다. 내 손안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향기 한 웅쿰, 진한 색깔의 꽃잎대화, 그 딸의 땀과 체온이 번져왔다. 참으로 오랫만에 만나는 싱싱하고 현장감있는 삶이 올곧게 서있었다. 신앙에 맡기고 시간에 맡기고 건강에 맡겼다. 치열하게 싸우며 공부하며 돈벌며 생을 껴안고 딩굴었다. 한 맺힌 세월이었다. 힘든 이웃을 만나면 쓰다듬어 줄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딸 이야기. 비뚤어 지지 않고 바로 잘 자라주었다. 성인이 된 지금 핏발 섰던 지난 날은 영양가 높은 보약이 돼 주었고 그리움은 탄탄한 가족애로 결속시켜 갔다. 가난하여 학업을 중단했을 때 딸은 배 다른 두 동생을 업어 키우며 괜찮다를 되뇌이며 최선을 다해 보살폈다. 천성이 착하고 참을성이 많아 <계모><딸>관계를 씨줄 날쭐로 엮어짜며 아름다운 수체화로 채색해 나갔였다. 감동은 활짜를 뛰어넘어 살아 움직이는 지휘봉이 되어 눈물을 연주하였다. 간결하고 가락이 있어 음악처럼 흐른다. 솔직하고 쉬운 어휘의 적절한 표현은 읽고 듣는 사람들을 찡하게 진동시켰다. 문장기술도 돋보여 마치 작가수업을 쌓은 솜씨같았다. 중요한것은 그 딸의 가슴은 이미 다저져 옥토가 준비 돼 있었던것이다. 사랑의 씨앗이 그런 옥토에 싹터 처음부터 계획안에 심겨진 것이었을까? 사랑의 열매를 맺는 자연 발생적 결과, 그것은 세상의 이런 딸들을 들어 구원사역을 더 튼튼하게 흘러가게 하는 물줄기에 힘이 부어져 쓰이고 있음이 확연했다. 그 성숙으로 다져가는 사람냄새 나는 딸의 생애에는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이 결결이 끼어 있어 모든 게 부드럽고 순수했다. 깨진 가정을 회복시키는 가정사역으로 박사가 된 딸, 이제사 자신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추억하며 풀어헤친다. 모든 이웃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삶, 형식은 편지, 내용은 소설, 형상화 표현은 서정시적- 한 여성의 긴 여정이 압축된 짧은 편지속에 녹아있었다. 나는 주저함 없이 대상으로 뽑았다. 한(恨) 한송이 생명이 정(情) 한송이로 변화된 그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퍼져나가게 되었을 때 3박자가 어우러저 감동의 북을 처 댔다. 방송 프로그램에 실려 LA를 깨우고 푸른 하늘 저 멀리 태평양을 건너 서울에까지 행복을 집집마다 두들기며 퍼 날랐던 한 통의 편지, 전화선 끝의 계모 어머니가 울고 마이크 앞의 딸이 울고 PD가 울고 그리고 소리 삼켜지지 않아 꺽꺽 이상한 소리내며 흐느꼈던 나... 눈물이 일을 다해냈다. 가슴이 뜨거워 지는 그런 액끼스 눈물이였다. 딸의 삶 자체가 투명한 한 방울의 커다란 눈물, 그 안에 슬픔과 가난, 아픔과 외로움, 막막함과 무서움...이민의 어려움, 절박함과 숨가쁨이 순수하게 뭉게져 녹아 들어 있었다. 그 딸의 꿈, 작은 우주, 그 우주가 움직이면서 아름답게 빛을 내기 시작하였다. 소망가운데 격려 갈채를 받을만한 가치있는 삶의 목적, 그 딸의 비젼, 이곳 이민의 텃밭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모든 자녀들에게 도전을 줄 것을 더 나아가 위로와 소망이 될것을 굳이 믿는다.


고향의 노래 (김재호 詩, 최현수 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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