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소고/문협2007겨울호

2007.10.23 17:26

김영교 조회 수:399 추천:76

꽃이 지나간 후 여름을 도난 당한 하늘 우울증에 내내 잎을 포기하였다 나무는 흔들어 대는 바람에 흔들리며 비웠다 지각이 두껍게 월동준비를 하는 동안 팔을 벌린 채 언젠가 부터 자주 눈 감는 버릇 못본 척 내려놓기만 하는 나무의 선택은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스치는 세상나무 표정들 훌훌 벗고 생명을 위해 부러지지 않으려 휜 무릎 꿇는 새벽 안개 속 관계가 하늘 높이로 정돈 될 때 쯤 밀치면 밀리기도 덜 주면 덜 받기도 때리면 맞기도 억울타해서 스스로 뿌리 뽑아 옮겨 지지 않는 나무 자기 길을 가고 있었다 벗은 겨울나무 하나 그 등줄기에 사선으로 쏟아지는 햇빛 뿌리는 알면서 계절의 잉태를 침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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