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006.05.14 13:00

이창순 조회 수:283 추천:13

"어머니 주일"을 맞아 제 어머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금년 7월에 만 92 세가 되시는 제 어머님은 황해도 안악이라는 시골 농가 집 달로 태어났습니다. 16세에 어머님보다 한 살 아래이신 아버지와 결혼을 하셨는데, 저를 21세에 나셨으니 결혼이 뭔지 모르고 하신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모두 6남매를 나셨지만, 동생 둘은 아기 때 시골 사택에서 홍역으로 죽었고 다른 동생 하나는 서너 살 때 피난통에 천연두 치료도 해 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아버지가 결혼 후 평양으로 가출을 하시는 바람에 어머님도 시골에서 도시로 옮겨 사셨습니다. 소학교를 제대로 나오셨는지도 잘 모르는데 성경을 통해서 한글을 깨우치셨습니다. 아버지가 목사가 되어 시골교회로 다니며 목회하실 때 어머님은 목사의 아내로 평범하게 사셨습니다. 그러나 왜정 때 그리고 동산치하에서 아버지가 고생을 하실 때 어머님도 함게 고통을 당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리고 1.4 후퇴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되자 그 때부터 어머님의 진짜 고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3월 평양 방문 시 대동강변을 매일 아침 산책하며 옛 추억을 다시 해 보았습니다만, 그 때 어머님과 관련해서 잊을 수 없는 일을, 죽을 고생을 하며 하나님의 은혜로 대동강을 건너 올 수 있었던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 어머님과 헤어질 뻔 했는데 하나님께서 어머님에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우셨고 또 그 판단을 고수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어 우리는 이산가족의 비극을 면할 수 있었던 일을 너무나 큰 축복이었습니다. 문제는 대동강을 건널 수 없는 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많은 피난민들이 북쪽에서부터 남하해 오는데 모두 대동가에서 막혔습니다. 뒤에는 중공군, 앞에는 홍해와 같은 대동강이 있는데 우리도 그 인파 속에서 헤매며 이틀을 보냈습니다. 그 땐 하루가 너무 급한 때었습니다. 드디어 폭격으로 반파된 철교로 사람들이 건너간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정말 사람들이 곡예를 하듯 건너든데 남자 어른들만 그것도 보따리는 버리고 건너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제 작은 아버지는 당신과 나만 둘이서 건너 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어머님과 어린 동생들은 건널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삼촌 제안대로 건넜다면 저는 평생 고아로 이산가족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절대 반대했습니다.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하는 것이 어머님의 주장이었습니다. 다시 대동강 어느 지점에 오니 작은 배 한척이 피난민을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유엔군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근처를 지나가니 사람들이 모두 도망을 갔습니다. 그러자 우리는 제일 앞에 가서 줄을 섰고 다음 배가 오자 어머님과 동생들 그리고 짐을 싣고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는 우리 일행을 다 태울 수 없기 때문에 저와 삼촌 그리고 다른 몇 명은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투기들의 폭격이 심해지기 시작하니까 그 배사공은 아르바이트 하던 일을 중단하고 자기도 피난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이산가족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 때 어머님은 사생결단으로 그 남자의 다리를 붙잡고 "우리는 저 아들 때문에 피난을 가는데 저 아들을 놔두고 갈 수 없습니다. 한 번만 더 갔다 와 주세요." 울면서 다리에 매달려 사정을 하는 바람에 이 분도 어찌할 수 없어 한 행보를 더 해서 우리를 건너 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삼남매는 다 피난을 나왔고 어머님은 고아원에서 식모로, 그리고 서울로 이사 가서는 평생 바느질로 우리 삼남매를 대학까지 다 시켰습니다. 60에 미국에 오셨고 미국에 오셔서도 우리 아이들, 그리고 동생네 아이들도 봐 주셨고 남의 집에서 생활하시며 돈을 벌기도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건강의 축복을 주셔서 현재도 혼자 생활하시는 어머님은, 지금까지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고 사셨으며, 자식들이 제대로 어머님을 돌봐드리지 못해도 불평없이 건강하게 사시고 계십니다. 아들이 목사가 되고, 장로가 되고 사위까지 장로가 된 것을 아마도 제일 보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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