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2005.06.22 15:43

안경라 조회 수:282 추천:17

뜨거운 바람이 칼처럼 아프게 지나간다

조금씩 눈물을 흘리던 하늘은
기어코 살을 찢으며 통곡하고
그리운 유년, 너는 하늘의 슬픔에 갇혀
모든것이 충분히 젖기만을 기다렸었지

꽃 피우지 못하고 둥둥 떠가는
들꽃의 잔 뿌리가 발목을 움켜 잡을 때
그 가늘한 희망에 걸려
너는 몇 번씩 넘어졌지만
주춤거리던 미련의 손 끝에 마지막 힘을 빼면
우울히 내려앉은 하늘은 어루만질 수 있었지

장마가 길수록
길게 꿈 꿀 수 있었던 가난한 시절
뜨거웠던 너의 입김처럼 또 다시
바람이 한 낮의 태양을 휘감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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