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시고

2012.02.20 02:21

안경라 조회 수:268 추천:11

내게도 아픈 추억 하나 생겼습니다 어디를 둘러 봐도 아니 계실 빈자리…너무 멀 리 떠나 와 따스한 밥 한 끼 제대로 해 드리지 못하고 살 없던 팔 다리 주물러 드리 지도 못하고 아, 다정한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 을 떠나시는 아버지를 배웅한 나에게 불효자식이 짊어져야 하는 아픈 추억이 새겨 졌습니다 불효한 자식이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다는 말, 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아 버지라는 말만 들어도 금새 눈물이 납니다 눈물은 나에게 주어지는 벌 입니다 어느 때고 달게 받을 것이겠지만 눈물은 또한 그리움이며 속죄이며 기다림입니다 중절모에 폼난 옷으로 거리를 다니시던 아버지는 언어를 버리면서 팔과 다리를 버 리시고 입을 버리시고 눈을 버리시고 코를 버리시고 숨을 버리시고 살을 버리시고 뼈를 버리시고 이제 한 줌 하얀 기억으로 바람처럼 가볍게 고향 땅 이천에서 언제까 지나 고즈넉하게 서녁 하늘을 바라보고 계실겁니다 진달래꽃 피는 따스한 봄에 가신 다더니 이천의 국립묘지엔 아버지를 반기 듯 천지가 온통 붉은 진달래 꽃이었습니다 무수히 반기는 아름다운 꽃 빛에 위로 받으실 아버지… 그 위로 저도 한 움큼 받아 멀리 다시 돌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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