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일지-듣고 싶었던 말-
2007.09.07 12:16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
듣지 못해서 기억 날 수 없는 말,
사랑한다 딸아
하얀 꽃비 머리에 흠뻑 맞으시며
언어를 버린 어버지의 혀, 그 혀 지금 살아 있어도
귀여운 나이를 건너 간 나에게 들려 주실 수 있을까
따스하고 부드러운 여섯자 그 말,
아버지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듯
나에게 들리지 않았던
사십을 넘어서 찾아 뵌 아버지,
흰머리 반은 어디가고
오른쪽 팔 다리 넘나들던 싱싱한 핏톨은 또 어디로 가고
내 청춘의 한 묶음 꽃 시들어 빈 손 방문에
얼른 알아보지 못한 당신의 핏기없는 노년이 안스러워
오라버니는 자꾸만 소주잔을 쥐어 드렸지
음푹 패인 아버지얼굴에 암호처럼 볼그스름히 번지던
듣고 싶었던 말,
사랑한다 딸아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9 | 통화 | 안경라 | 2008.10.24 | 501 |
98 | 그랜드캐년 | 안경라 | 2008.10.24 | 450 |
97 | 레몬.1 | 안경라 | 2008.09.25 | 465 |
96 | 가을나무 | 안경라 | 2008.09.24 | 493 |
95 | 흔들리던 한 때 | 안경라 | 2008.08.30 | 361 |
94 | 길 | 안경라 | 2008.08.30 | 407 |
93 | 팜스프링의 새벽 | 안경라 | 2008.08.23 | 430 |
92 | 사춘기 | 안경라 | 2008.08.23 | 323 |
91 | 마지막 | 안경라 | 2008.02.13 | 517 |
90 | 기역자 속에 숨어 있는 것 | 안경라 | 2008.02.11 | 503 |
89 | 적막(寂寞) | 안경라 | 2007.12.06 | 545 |
88 | 자네를 기다리고 있는 시인이 있네 | 안경라 | 2007.12.06 | 606 |
87 | 가을편지 | 안경라 | 2007.10.09 | 631 |
86 | 바다가 꿈 꾸는 숲 | 안경라 | 2007.10.06 | 607 |
» | 원주일지-듣고 싶었던 말- | 안경라 | 2007.09.07 | 526 |
84 | 매운탕 | 안경라 | 2007.09.05 | 510 |
83 | 흔적 | 안경라 | 2007.08.11 | 483 |
82 | 우리가 서로 | 안경라 | 2007.07.31 | 468 |
81 | 해변에 앉아 한 잔 술 | 안경라 | 2007.07.22 | 346 |
80 | 원주일지-어느날의 삽화- | 안경라 | 2007.07.15 | 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