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일지-향로봉-
2007.07.08 08:44
레돈도 서해바다 모래밭에 앉아
사십 넘어 고향찾아 올랐던
향로봉 바람길을 생각한다
해질 무렵 눈들을 감는 숲을 헤치고
어디선가 언뜻언뜻 그리움처럼 들리던
어치의 울음소리
바닥부터 이어지는 인연의 줄 끊지못해
정상까지 오르고 싶은 욕심,
배낭 가득 짊어진 이름들이 무거워
몇 번 씩이나 걸음을 멈추었었다
멈출 수 없는 그대 생각은 걸음보다 빨라서
향로봉 꼭대기 바람으로 먼저 오르고
첫 사랑이듯 다시 오르는 길
온 몸 후끈도 하였어라
저녁 안개에 젖어 아득하게 출렁이는
치악의 푸른 젖 무덤들
다가가 입 맞추지 못하는 이만큼한 높이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현상입니다
현상을 초월한 선험적 의식은 더 깊은 곳에 있지요"
이카로스의 이름으로 아프던 그대의 말을 와풍속에 두고
바람바위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노을 속 펠리칸 한 마리
아득하고 깊은 추억을 통과하고 있다
*이카로스(Ikaros):아버지와 함께 백랍으로 만든 날개로 날아 미궁(迷宮)을 빠져나와, 태양에 너무 접근했기 때문에 날개가 녹아 에게(Aege) 바다에 떨어졌다는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9 | 원주일지-귀향- | 안경라 | 2007.07.15 | 429 |
78 | 원주일지-부재- | 안경라 | 2007.07.10 | 333 |
» | 원주일지-향로봉- | 안경라 | 2007.07.08 | 532 |
76 | 원주일지-초승달- | 안경라 | 2007.05.22 | 417 |
75 | 원주일지-민들레- | 안경라 | 2007.05.22 | 429 |
74 | 원주일지-곤드레밥- | 안경라 | 2007.05.22 | 694 |
73 | 원주일지-두번째 화요일- | 안경라 | 2007.05.22 | 398 |
72 | 원주일지-고향- | 안경라 | 2007.05.22 | 358 |
71 | 중이염 | 안경라 | 2007.04.17 | 400 |
70 | 자목련과 봄 | 안경라 | 2007.04.03 | 330 |
69 | 흑장미 | 안경라 | 2007.04.02 | 342 |
68 | 봄이 벌써 와 있었네 | 안경라 | 2007.03.13 | 371 |
67 | 보름달 | 안경라 | 2007.03.09 | 514 |
66 | 탁상달력 | 안경라 | 2007.01.04 | 461 |
65 | 새 | 안경라 | 2006.11.12 | 539 |
64 | 녹차 | 안경라 | 2006.10.23 | 523 |
63 | 행복 | 안경라 | 2006.10.05 | 840 |
62 | 그리움 | 안경라 | 2006.10.02 | 567 |
61 | 품속 | 안경라 | 2006.10.02 | 490 |
60 | 하나님 | 안경라 | 2006.10.01 | 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