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일지-향로봉-

2007.07.08 08:44

안경라 조회 수:532 추천:27

레돈도 서해바다 모래밭에 앉아 사십 넘어 고향찾아 올랐던 향로봉 바람길을 생각한다 해질 무렵 눈들을 감는 숲을 헤치고 어디선가 언뜻언뜻 그리움처럼 들리던 어치의 울음소리 바닥부터 이어지는 인연의 줄 끊지못해 정상까지 오르고 싶은 욕심, 배낭 가득 짊어진 이름들이 무거워 몇 번 씩이나 걸음을 멈추었었다 멈출 수 없는 그대 생각은 걸음보다 빨라서 향로봉 꼭대기 바람으로 먼저 오르고 첫 사랑이듯 다시 오르는 길 온 몸 후끈도 하였어라 저녁 안개에 젖어 아득하게 출렁이는 치악의 푸른 젖 무덤들 다가가 입 맞추지 못하는 이만큼한 높이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현상입니다 현상을 초월한 선험적 의식은 더 깊은 곳에 있지요" 이카로스의 이름으로 아프던 그대의 말을 와풍속에 두고 바람바위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노을 속 펠리칸 한 마리 아득하고 깊은 추억을 통과하고 있다 *이카로스(Ikaros):아버지와 함께 백랍으로 만든 날개로 날아 미궁(迷宮)을 빠져나와, 태양에 너무 접근했기 때문에 날개가 녹아 에게(Aege) 바다에 떨어졌다는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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