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을 깨뜨리는 사람

2009.04.18 01:04

고대진 조회 수:658 추천:133

 월드컵의 열기가 엄청나서 축구공 외에 다른 공들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때 생긴 일이라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기사였지만 ‘타이거 우즈는 이번 US 오픈에서 절대로 우승하지 못한다’라는 제목으로 USA 투데이가 특집기사를 내놨다.

 올해 남자 프로골프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 오픈 개막을 앞두고 낸 이 기사는 열 가지 이유를 들면서 우즈의 우승이 불가능함을 장담했다. 물론 이 예언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우즈는 US 오픈 챔피언이 되었으며 올해 그랜드 슬램을 바라보고 있다.

 신문에 난, 우즈가 우승 못할 이유 가운데 재미있는 것으로는 그가 프로 데뷔 후 뉴욕 주에서 열린 네 번의 대회에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는 것, 한 마리의 말이 미국 최대 경마대회인 켄터키 더비와 프릭니스에서 동시에 우승을 했을 때 우즈는 US 오픈에서 우승을 못했는데 금년에 워 엠블럼이란 말이 이 두 대회를 석권했다는 것, 지난 30년간 매스터즈에서 우승한 골퍼가 US 오픈에서 우승한 적이 없는데 우즈는 두 달 전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것, 우즈의 별자리가 좋지 않는다는 것, 최근 우즈가 애인과 다투어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 등등이다.

 몇 개는 우즈의 과거 전적이나 다른 골퍼들의 기록을 기초로 한 사실이다. 즉 ‘우즈는 뉴욕에서 네 번 모두 우승을 못했으니 다음도 못할 것이다’라는 것이나 ‘30년간 매스터즈에서 우승한 골퍼가 US 오픈에 우승한 적이 없으므로 이번도 그럴 거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금년 오픈도 과거의 예와 비슷하다면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므로 과학적인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우즈의 애인과 다투어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도 이것이 사실이라면 선수의 컨디션을 측정하는 것이므로 그럴 듯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한 마리의 말이 켄터키 더비와 프릭니스에서 동시에 우승을 했을 때 우즈가 US 오픈에 우승을 못했다는 것이나 별자리가 좋지 않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 아닌 점성술이다. 켄터키 더비와 프릭니스와 골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고 별자리에 의한 행운 또한 과학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즈를 US오픈과 연관시키려면 이런 것 말고도 골프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한히 많은 사건들을 연결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축구팀이 월드컵에 8강 안에 들었을 때 우즈는 US 오픈에 우승했으므로 다음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팀이 8강에 들어가면 우즈가 US 오픈에 우승한다’라는 것과 같다. ‘내가 중계방송을 보면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진다’라는 것도 이와 비슷한 추정이다.

 몇 년 전 김일성의 사주를 가지고 그의 죽음을 예언한 족집게 점쟁이가 유명해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뒤 그의 집에 국회의원을 꿈꾸는 정치가들이 문전 성시를 이루었고 엄청난 복채를 내고 예언들 들었다고 한다. 그 족집게 점쟁이가 잡지에 실은 예언들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김정일은 2년 후에 동구에 망명을 갔다가 죽을 것이고 남북 통일은 5년 안에 될 것이며…. 이런 예언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점쟁이들을 실업자에서 구제하기 위한 실업 대책위원회의 회원들은 아닌 것 같고….

 수학과 통계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을 동원해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일도 해는 동쪽에서 뜰 것이다’라는 것 같이 물리적인 예측은 빼고 말이다. 그래서 월스트릿에서 항상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놀음 기술로 돈을 버는 사람은 더욱 드문 것이다.

 하기야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더 흥미로운지 모른다. 우리 민족이 과연 세계에서 존경받는 민족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정치도 발전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요즘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면 전혀 낙관할 수 없는 듯 하다.

 진정한 챔피언은 무엇인가? 역사를 새로 쓰는 사람이다. 과거를 바탕으로 한 예언을 벗어나는 ‘룰 브레이커’이다. 우즈가 그렇고 박세리가 그렇다. 대한민국의 축구팀이 또한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추측하고 예언하든 고국이 진정한 평화의 챔피언이 되는 것을 꿈꾸어본다.


<미주 중앙일보 2002년 0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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