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자 프로골퍼의 망언

2009.04.18 01:22

고대진 조회 수:1278 추천:190

 

지난 주 이곳 신문인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에 소개된 젠 스테픈슨(Jan Stephenson)이란 호주출신의 여자 골퍼의 인터뷰를 읽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여기에 그 내용을 소개한다. 아직까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 더구나 이런 내용을 공개적으로 말 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이 사회가 아직도 갈 길이 멀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때 3개의 메이저 대회를 비롯해서 16토너멘트에서 우승을 했던 이 여자가 10월 10일 하와이에서 열린 ‘챔피언의 투어’의 ‘터틀배이 챔피온쉽’에 참가해서 회견한 내용인데 이번 11월 골프 매거진(Golf Magazine)에 실린다고 한다. 제목은 “아시아 선수들이 여자 프로골프 투어를 망치고 있다” 라고 되어있다.

“이런 말을 하면 내가 곤란해질 것 같지만 아시아인 선수들은 절대적으로 우리 투어를 망치고 있다. 그들의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것, 영어를 할 수 있는데도 영어를 말하지 않으려 하는 것 등이 말이다. 사실 그들은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또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돈을 들여서 우리와 경기를 해보려고 하는 (그래서 투어를 선전하게 하는) 이틀 동안의 푸로-앰스(프로와 아마추어의 날)에도 전혀 참석을 하지 않는다. 우리 투어는 국제적이고 그 다수가 아시아 선수들이다. 아시아선수들은 프로골프 투어를 점령하고 말았다. 금년에 LPGA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9명의 선수들 중 4명이 아시아계이다. (박세리, 그레이스 박, 한희원 과 캔디 쿵을 말함) 내가 LPGA 커미셔너라면 아시아 선수들의 참가를 제한하는 것을 포함한 외국선수들이 많이 참가할 수 없도록 하는 쿼터제를 만들겠다. 지금은 미국의 스폰서들이 돈을 내는 경기에서 이들이 미국의 돈을 다 벌어가고 있다. 난 호주 사람이라 외국선수이지만 미국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경기마다 60%는 미국선수이어야 하고 외국선수는 40% 이하가 되어야 한다.”

LPGA 의 초기의 글래머 걸로 여겨졌던 금년 51세인 스테픈슨은 한술 더 떠서 여자 골프경기를 선전하기 위해서는 섹스어필이 좀 필요하다고 하면서 “섹스어필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여자골프를 보는 사람은 대부분 남자인데 이들이 나오는 선수가 예쁘지 않으면 계속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능력이 못하니 경기를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우리가 좋던 싫던 섹스를 장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많은 남자들이 볼 것이다. 깜짝 놀라게 해야한다.” 라면서 마치 아시아 선수들이 아름답지 않은 듯 혹은 여자 골프선수라면 남자를 즐겁게 하기 위해 옷이라도 벗어야한다는 듯 말한다.

여기에 한국의 그레이스 박 선수는 “그 사람이 그런 의견을 가지는 것은 자유지만 난 그가 아시아 선수들을 비난했다는 것이 못마땅하다. 나도 아시아사람이기 때문이다.” 라면서 “아시아 사람이 감성이 없다는데 나랑 한번 붙어보자. 내가 얼마나 감정 표현에 능숙한가를 보여주지.” 라고 했다. 박세리 선수는 스테픈슨이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닐 것이라고 하면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재능 있는 선수들 덕분에 여자골프가 나아지고 있고 이것은 결국 LPGA 에게 좋은 일이다.” 라고 말했다.

여자 스포츠를 남자의 성적 노리게 감 정도로만 생각하는 이 여자. -여자가 맞나?- 미국인이 이기기 위해 훌륭한 외국 선수들(특히 아시아사람들)의 참가를 제한하자는 인종에 의한 쿼터제나 생각하는 한심한 머리를 가진 이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흉내내어본다.

”인종주의자들은 절대적으로 LPGA 투어를 망치고 있다. 그들의 다른 인종에 대한 적대감정을 너무 나타내는 것, 국제대회에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만을 쓰라고 고집하는 것. 사실 그들은 말을 너무 많이 한다. 또 이들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거나 접촉을 해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들은 LPGA를 섹스나 팔면서 명맥을 유지하려 하지 골프 경기의 발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내가 LPGA 커미셔너라면 국적이나 인종에 의해 참가를 제한하는 쿼터제를 제안하는 이런 사람들을 제명해버리는 규정을 만들겠다. 모든 것이 열린 세계로 향하는 21세기에 이런 인종주의자들이나 남성 우월주의자들이 발 부칠 곳은 LPGA에 없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미주 중앙일보 2003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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