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세 여자

2006.10.08 12:19

고대진 조회 수:1277 추천:137

 

“집이 너무 썰렁하니 개를 길러보는 것이 어떠니? 아이를 잃고 갑자기 몸이 이상해지더니 항우울제니 이것 저것 하는 약들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LA 사는 누나가 권해왔다. 우울증과 혈압도 문제였지만 여기저기서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약에 대한 부작용으로 응급실로 오가며 지내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글쎄…나 자신도 돌보지 못하는데 개를 데려올 있을지…망설이다가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를 보러 갔다. 아내는 벌써 강아지를 안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내의 안에서 강아지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아내와 맞춤을 하고 있어 이름을 초롱이라 지었다. 이렇게 초롱이는 우리 식구가 되었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개를 키우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것과 너무 비슷했다. 그만큼 손도 많이 가고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했다. 우리 할머니가 “어이구 강생이” 하며 귀여워해 주시던 것도 강아지처럼 귀엽다는 말일 말에 못지않게 강아지는 귀여운 짓을 많이 했다. 초롱이는 야단칠 일이 거의 없었다. 금방 변을 가리더니 사람의 말을 얼마나 알아듣는지 밖에 나가고 싶다 또는 장난감이 어디 떨어졌으니 찾아달라 또는 같이 놀자는 말을 코로 또는 발짓으로 우리에게 전달했다. 누군가 자기 개는 집에서 전화 왔었니?라고 물으면 하고 대답하고 왔었니? 하면 번이면 번이면 컹컹 한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사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개가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은 짖는 말고도 많이 있다. , , , , 표정, 꼬리 등등 전신을 사용해 자기감정을 표현한다. 오래 여행이라도 하고 오면 혼자 기다리느라 얼마나 슬펐는지 보고 싶었는지를 시간도 넘게 징징거리며 울며 이야기한다. 문을 열어달라고 때는 손을 핥거나 급하면 앞에서 짖는다. 귀찮게 하여 “엄마에게 있어.”라고 하면 쫄랑쫄랑 아내에게 가서 재롱을 떨며 놀아달라고 하기도 하고 산책갈래? 하고 물으면 앞에 먼저 가서 목에 하는 가죽끈을 물고 와서 물을 마시면서 준비를 한다. 개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하던 시인도 있지만, 개와 많이 놀아보지 않아서 하는 같다. 여긴 영어도 한국말도 모두 알아듣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개들이 많이 있는 같다. 들어보면 정말 초롱이는 미국사람을 만나면 워프워프하며 반기지만 한국사람을 보면 ‘멍멍’ 짖으며 꼬리를 친다. 한국에서 놀러 오신 어머니가 산책하실 먼저 걸어가고 있다가 걸음이 느린 어머니가 오시는 것을 앉아서 기다리다 함께 보조를 맞추어 걷는 것을 보시고 어쩌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사람보다 나으냐 하면서 감탄하게 했다.

초롱이를 키우다가 보니 우울한 생각에 빠질 시간도 줄어들고 병원에 가는 일도 차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직장이 끝나서도 초롱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집에 가는 일도 무섭지 않게 생각되었다. 학교 다녀서 복종훈련 기초과정을 끝내고 졸업장을 받을 얼마나 흐뭇했던지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수석입학에 수석졸업’이었다. 졸업한 모든 개가 수석졸업이었지만 그래도 수석은 수석이었다.

초롱이가 오고 뒤에 우리 동네에 있는 고아원(animal shelter)에서 보더칼리와 랩의 혼혈인 ‘쌔시’를 입양했는데 조그만 녀석이 커다란 초롱이에게 쌈을 걸어 ‘쌈순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삼순이는 초롱이와 많이 달랐다. 먹는 것부터 허겁지겁 자기 것을 먹고 나서 초롱이 것을 빼앗아 먹었다. 야단을 맞고 나서야 고쳤지만, 먹이만 주면 정신없이 먹는 것을 보니 고아원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짐작할 있었다.

같은 배에서 나온 아이들도 성격이 다르듯이 개들도 성격이 많이 다른 같다. 초롱이는 ‘아이’라면 모든 면에서 부모를 편안하게 하는 아이다. 야단을 필요가 없이 스스로 부모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해주는 사려 깊은 그런 아이 말이다. 하지만 쌔시는 독립적이고 고집을 부린다. 실수로 밖에 나가면 돌아올 몰라 우리를 애태우게 하는 녀석이다. 한번은 밖에 나가 돌아오는 쌔시를 찾아오라고 초롱이에게 “가서 쌔시 데리고 와” 하며 보냈더니 뒤에 쌔시와 함께 나타나 문을 두드려 얼마나 기겁을 했는지 모른다. 쌔시는 고아원에서 영어만 들어서 그런지 한국말을 알아듣는다. 어릴 한국말을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개를 키우면서 알게 된다. 항상 사람 곁에 있고 싶어하는 초롱이와 달리 멀리 떨어져 혼자 앉아있곤 했는데 년이 지난 요즘은 오히려 초롱이보다 애교를 부리며 곁에서 재롱을 떤다. 예쁘다고 쓰다듬어주면 멀리서 초롱이가 듣고 자기도 쓰다듬어 달라고 달려와 팔이 바쁘다. 마누라와 모두 여자 틈에 남자라곤 하나. 누가 나에게 여복이 많을 것이라더니 많기는 같다.

우리 여인을 보면 인터넷에서 읽은 다음 글이 떠오른다. “불가에서는 3000 억겁의 인연이 있어야 부모와 자식 간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인간과 더불어 교감하고 감정을 느끼는 동물이 지금은 비록 동물로 태어났지만, 억겁 윤회의 바퀴 속에서는 언젠가 인간이었거나 인간으로 태어날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문득 서늘해질 때가 있어요. 지상의 모든 생명은 개와 사람,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떠나서 생명 있는 것과 교감하며 윤회를 거치지 않을까 싶어요.

보신탕 먹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 분이 우리 집에 왔을 때다. 반갑다고 달려가 꼬리 치는 초롱이와 쌔시에게 “얘들아 조심해라 그분 개를 잡수시는 분이란다” 라고 경고를 해주었더니 그분이 어쩔 몰라 했다. 몸에 좋다고 사람에게 길들어진 개를 먹을 있다는 생각을 있는 우리나라 문화가 무척 부끄럽다. 애견과 식용 개는 구별된다고 하면서 ‘사철탕’이니 뭐니 하며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과연 다른 동물들 혹은 다른 사람들과 교감을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같다. 사람이라도 진정 사랑할 있을까? 내가 보기엔 아마 고양이가 쥐를 사랑하는 그런 사랑일 같다.   

(200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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