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메이커 (Pace Maker) (둘) *

2003.10.22 00:44

조회 수:467 추천:88

... 소냐에게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나의 생각은 너에게만 멈춰있을 때
나는 가만히 이 시간으로 내리고 싶다

혼자 멈추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한적한 시골 역 같은 ‘지금’이라는 정거장에 날
슬그머니 내려놓고
연기를 뿜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겠지만
멀어지는 파아란 별에
너를 두고 혼자 내린 내 가슴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겠지
지금의 내가 어제로 돌아갈 수 없듯이
내일의 너는 지금으로는 결코 올 수 없겠지

멈추는 순간은 영하 273도
모두를 얼리는 절대온도
너의 눈물
나의 눈물
우리의 사랑까지도
박제된 물고기

느려지지 마
멈추지 마 가슴아
번쩍이는 번갯불
전자들의 춤

꿈은 훨훨 날개 달아 오르고
나는 또 내일로 걸어가야 한다


*심장의 박동이 느려져 멈추려 할 때 전기자극을 주어 다시 정상맥박을 회복하게 하는 기계

시작노트: 심장이 멈추려고 할 때 혹은 너무 빨리 뛰려고 할 때 이를 탐지해서 속도를 정상으로 만드는 전자 칩을 수술해서 가슴에 심어놓은 것이 페이스메이커이다. 가슴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갑자기 멈추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어느 착한 여인의 때 이른 죽음을 보면서 죽음을 생각한다. 허지만 나의 가슴에 있는 페이스메이커는 억지로 내일을 향해 심장의 고동을 울리라고 한다. 쿵.쾅.쿵.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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