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꾸리기

2003.10.24 01:27

조회 수:473 추천:80

짐을 꾸리다 보니 알겠다.
얼마나 많은 허섭쓰레기를
안고 살았는지
십년이 넘은 세금 보고서
이십년 들쳐보지않은 책
몇 해 지난 달력위
동그라미친 날들
미루어 놓았던 일들이
쓰레기처럼 구석에 쌓여있다

부치지 못한 편지
답하지 못한 편지
활자의 빛까지 노랗게 바랜 것들을
어쩌면 이렇게 세어보기도 힘들게
구석구석 마다 안보이게 쌓아뒀을까?
치워도 치워도 왜
자꾸 나오는 것일까?

이삿짐 차는 내일 올 것이고
짐 싸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가지고 갈 것과 버릴 것을 가려야 할 시간
삶의 구석마다 엉켜있는 인연의 줄도
하나씩 정리해야 한다
멀리까지 가져가야 할 것들은
얼마나 될까?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떠나야 할 시간은 자꾸 다가오는데
쓰레기를 만들며 버린
수많은 시간을 생각하며 세우는 밤

별 보기가 부끄럽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8 스텐리 큐니즈의 시를 번역하면서 고대진 2021.08.03 68
117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때 <마지 로> 고대진 2021.08.03 86
116 어머니는 만년 선생님 [2] 고대진 2021.08.03 104
115 저이는 진짜 박사가 아닌데요 고대진 2021.08.03 108
114 은퇴 [3] 고대진 2017.01.04 222
113 암 선고 [2] 고대진 2017.01.04 235
112 강강수월래 2003.10.20 368
111 지우기 2003.10.20 406
110 독도 3 : 풀 2003.10.28 428
109 미국의 창씨개명 고대진 2009.04.18 434
108 e-mail 2003.11.09 435
107 공포와 전쟁 고대진 2009.04.18 437
106 페이스메이커 (Pace Maker) (둘) * 2003.10.22 467
105 버켓리스트 고대진 2017.01.04 469
» 이삿짐 꾸리기 2003.10.24 473
103 독도 7: 조선족 2003.10.27 473
102 매미 사랑 2003.10.20 475
101 페이스메이커 (Pace Maker) (셋) * 2003.10.22 475
100 엑스레이 2003.10.20 480
99 동백 2003.10.20 494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7,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