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3 : 풀

2003.10.2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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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벗는다는 건
가식을 벗어버리는 것
그래서 독도에는
옷 벗을 나무가 없다
나무들은 자기의 살을 깎아
쌓았던 삶의 풍요를 모두
땅으로 돌려보낸 뒤
풀이 된 것이다

옷 벗은 풀은
눈발 날리는 잿빛 하늘로
너를 부르며
얼어붙는 바닷바람을 막고
바위 속 깊이 흐르는 사랑
얼지 않게 싸안고
조금씩
죽어 가는 것이다

죽으면서 감싸안고 싶은
네가 있기에
돌섬의 겨울도
밉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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