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진의 문학 서재를 소개합니다.

2007.01.03 14:52

최영숙 조회 수:250 추천:48

나는 이 남자가 흥미롭다.
수학과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시와 수필 그리고 소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에 손을 대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언젠가 제주도 도새기 이야기를 미주문학에 써서 읽는 사람들을 뒤집어지게 해놓고 시침을 뚝 떼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작품에서 번득이는 풍자는 위트와 유머의 옷을 입은 채 무차별 공격이다.
‘배추의 유전자가 사람의 유전자와 50%가 같다.  우리 인간들은 99.9% 유전자가 같다’
이런 결론 끝에 0.1% 다른 것 때문에 전쟁을 하는 인간들의 부질없음을 은근히 질책하고 있다.-유전자 전쟁에서-  
그가 이렇게 숫자를 가지고 시를 쓸 수 있다는 데 대해 나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의 전공과도 무관하지 않을 이 숫자는 때로는 시간으로 때로는 공간의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3억 8000만년 전이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을 틱타알릭이라 명명된 동물의 화석에서 끌어 내며, 적게는 6000만년 전 대륙이 하나였을 때로 돌아가 틈새에 작은 금이 가기 시작한 일이 결국 대륙을 쪼개 버린 것처럼, 사람 사이에 생긴 작은 금도 그런 것이 아니냐고 시인은 뒷덜미를 잡아챈다.-판지아-
또한 지구에서 약 40 광년의  거리에 있는 안드로메다의 위성에 대해 얘기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있는 공간적인 거리를 넌지시 빗대고 있다. 시간은 한 쪽으로만 흐르고 돌아갈 수없는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나를 전율케한다고 말하고 있다. –별-
그런가 하면 동백꽃을 노래할 때는 영락없는 탐미 주의자이기도 하다. 핏방울 같이 빠알갛게 배어나온 정념의 꽃과 함께 ‘왈칵 각혈을 한다’는 유안진 시인의 글을 떠 올리는 작가는 사유의 범위가 이끝에서 저끝 즉, 이성과 감성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능력이 있다고나 할까. 그렇지 않다면 그는 이미 신병(神病) 을 앓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시인은 무엇을 노래하는가?
나는 가끔 그런 질문을 해 볼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소설가들은 무엇을 쓰는가. 하나 더, 수필가들은 어떻게 그런 투명한 글들을 감히 세상에 내놓는가. 소설가들은 거짓을 빌어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말한다. 진실을 진실 되게 소리 내는 것. 나는 이것이야 말로 시인과 수필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의외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세가지를 다 실현 시켜야하는 몫이 그의 어깨에 걸려 있다. 때로는 거짓을 빌어 진실을, 때로는 진실을 더 진실되게, 그리고 발가벗고 속살을 보여줘야 하는 명제가 그의 앞에 있는 것이다.
그는 결국, 진실을 진실 되게 말하기를 택한 듯 싶다. 창조의 비밀이 염기 배열 순서에 있으며 그에 따른 생명의 종류가 무한하기 때문에 다 이해하기란 불가능해서 겨우 부분 부분 남아있는 신의 자취를 읽는 일, 그것이 시인의 일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듣고 있음에도 깨닫지 못하는 진리의 까풀을 열어 주기 위해 두드리고 밀어보고 쓰다듬고 안아 주는 일이 시인의 몫이 아니겠는가.  
이제 이 시인은 어쩌면 큰 고통을 겪은 자만이 누릴 수있는 안식에 들어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천년의 고요 속에 부는 바람과 하나 되어-묵상-
다리, 배, 가슴을 물에 잠겨 보면서 흐름에 맡기면 저리 편한 것을, 내가 살아온 길은 진정 흐름을 거스리는 길이었을까 – 공무도하가- 라고 시인은 자신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시인은 이 허허로움의 뿌리가  결국 아가페의 사랑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사랑을 했을까-
이 사랑은 독도의 풀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에도 들어있다. 돌섬의 겨울, 그 바위 속 깊이 흐르는 사랑이란 어떤 깊이의 사랑일까.
아무래도 이 남자는 혼자 돌아 앉아 우는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 유머가 그의 주변에서 떠나지 않고 있지만 실상 그의 가슴은 새가 되려던 물고기의 꿈을 안고 밤 바다를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나는 그의 등판을 한 대 치며 말하고 싶다.

친구!  150 억년 전 우주가 우리 안에 있다고!  자네가 말한 대로 말이야.  우리가 우주를 안고 사는 거 아니겠어. 거기에는 하늘도 포함되지. 하얀 깃털 같이 가벼운 존재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난 아름다운 이들이 다 우리 안에 있다는 거지, 자네 말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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