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여행 중
2006.05.25 10:51
곁을 주다/권현형
잘 살아, 잘 살아야 해
곁을 오래 내 주었던 이가
아쉽고도 안타깝게 잡고 있던
손끝을 그만 놓으며
선물처럼 건네주는 마지막 말
그 마지막 입시울의 간절한 달싹임
생의 꽁무니에 바람의 부리에
체온으로 남아
볕이 일렁일 적마다
가을의 산하가 온통
다정하고 따뜻한 입술로
달싹이고 있습니다
잘 살아, 잘 살아야 해
꼭 그러는 것만 같아
10월 한낮 고구마를 쪄먹다
목이 메어옵니다
<정신과 표현> 1.2월호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이 날릴 때/고진하
누가 방음벽을 설치해 놓았을까 아흔이 되신
노모의 귀는 캄캄절벽이다
그 절벽에 대고 고래고래 고성을 질러봐야
말들은 주르르 미끄러져 내리고 만다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은 노모가 젊을 적 키질할 때
키가 일으키는 바람에 밀려나가던 쭉정이 같다
하루해가 다 저물도록 말의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절벽에 갇힌 늙은 고독은 그래도 몸이 있다고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이 다가와 고래고래 날뀔 때
키로 쭉정이를 날리듯 밀어내고
<현대시학.7월호
두울님...
여행중이지겠네요?
문선생님이 주신 <좋은시 2006>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거던요.
마음에 와닿는 시들 어떻게
보관해 놓을까 하다가
선생님 홈에 슬쩍 올려 놓습니다.
즐거운 여행 마치고
무사히 귀하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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