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어에 다녀와서..(12-6-03)

2003.12.06 17:02

조회 수:498 추천:27

왕복 250 마일 이였다고 한다.
우리 식구들 모두 새근새근 잠을 잔다.
나는 오늘 하루종일 내 가슴에 찍어 놓은 스냅 사진들을 생각하며
잠을 이룰 수 없어 몽당연필에 옮겨본다.
아침부터 눈을 보러 간다고 신이 난 아이들은 옷을 입고 자켓을 입고 벌써부터 차에 들어가서 떠날때를 기다린다.
아직 조깅간 남편은 돌아 오지도 않았는데..
"좀 이따 갈꺼야. 들어와서 기다려.."
모두 빨간색 스웨터와 자켓을 입혀놓은 아이들이 해맑다.
"스노우..스노우.."
요새 한창 말을 하는 인기가 보는 자켓마다 입히라고 해서 스노우맨이 됀 채 얼른 가자고 보챈다.
가방을 싸고 간식을 챙기고 기저기 가방(아이고 언제 졸업하나)을 싸고 또 싸고 커피를 챙기고 드디어 떠난다.
"정말 안 춥지!" 추위에 견디지 못하는 내가 목더리를 가지러 가려 하자, 남편은 하나도 안 추우니깐 그냥 가도 된다고 했다.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며 남편과 조용히 추억의 대화를 시작 하려고 하는데 아이들의 캔디 쟁탈전이 시작 되었다.
조용히 하라고 가져온 캔디가 모두 다른 종류라 서로 뺏기 쟁탈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말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목소리 큰 인기가 누이의 막대 사탕을 뺏어 물곤 맛있다고 하고 슬기는 징징 울기 시작한다.
"아이고! 엄마가 빅베어 가서 슬기만 사 줄께."
"정말이지."
후리웨이에 들어 서면서 캔디먹기에 정신없는 아이들이 조용해지면서 남편과 나는 빅베어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이게 얼마 만이냐.."
"그러게.."
우리가 결혼 하기 전부터 12월 31일이면 빅베어에 갔다 오기로
무어늬 약속처럼 정하고 으례 12월 31일이면 빅베어에 올라 갔었는데 첫 애 슬기를 낳고도 6개월 된 아이를 끌고 올라가 스트롤러에 태우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아마 내려오는 산길에 울어대는 슬기, 밀리는 차에 질렸던 것 같다.
그 다음해엔 백일도 안 된 신생아 준기까지 있었으니 우리는 그냥 고개를 절래 흔들고 말았던 것 같다.
그냥 그러다 보니 빅베어를 못가고 말았다.
남편과 나는 로우드여행을 좋아한다.
난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걱정이 하나도 없다.
아주 편하다.
아무리 먼 길이라도 난 거의 운전을 하지 않는다.
그냔 옆 좌석에 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창 밖을 보는 걸 좋아한다.
빅 베어 산에 오르는데 나무의 색들이 바래 있었다.
"어머머! 단풍 들었네. "
"그게 아니라 소나무가 무슨 변에 걸려 저렇게 죽어 간데.."
그리고 보니 예쁘게 단풍이 든게 아니라 정말 바랜 색으로
아파 보였다.
병들어 가는 소나무들이라..
마음이 개운 치가 않다.
"엄마! 엄마! 배 아파."
"왜? 화장실 가야 해. 아니. 하두 빙글빙글 돌아서.."
아이가 차멀미를 하나 보다.
"엄마도 그러네."
아닌게 아니라 나도 조금 빙글빙글 도는 것 같고 속도 메식거렸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엄마 앤 슬기
해브 카 시크.."
준기가 노래를 지어 놀리다가,
"와! 스노우다!"
라고 소리친다.
산등성에 조금 비치는 눈.
그 눈을 보고 자다가 깨어난 인기도 흥분한다.
"스노우! 스노우!"
"엄마! 이젠 배 안 아파."
"눈은 내가 제일 먼저 발견했어." 준기가 자랑한다.
"아니냐. 나도 똑같이 봤어. 다만 배가 아파서 말을 하자 못했을 따름이지."
남편과 나는 그저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여기 기억 나."
"응." 우리는 옛 추억을 더듬는다.
빅 베어 레이크..
이렇게 높은 산 속에 호수라니..
정말로 아름답다.
아이들과 슬라이드를 타고(난 무서워-안 탄다)
경기용 차를 타고
타운의 가게를 기웃거리다
우리가 늘 저녁을 먹던 식당에 들어가
와인을 한 병 시키고 아이들과 저녁을 먹는다.
너무나 맛있는 저녁.
행복과 사랑이 피어 오르는 만찬.
따끈한 핫 코코아까지 마시고 우리는 산을 내려 왔다.
지친 인기는 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고
슬기와 준기는 뭐가 좋은지 떠드느냐고 정신이 없다.
어둠 속에서 나는 인기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남편의 모습을 슬기와 경주용 차를 타던 아름다운 부녀의 모습을 그려봤다.
너무나 소중한 모습들..
이렇게 온 가족이 밀착하여 서로를 바라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왠지 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보단 상대방을 배려 한다는 생각을 든다.
벌써 밤 한 시..
잠을 청해야 겠다.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4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