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원형

2003.09.22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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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형



며칠 후면
미국으로 들어 오신다던 어머니
한국에서 심장마비로 돌아 가시고 말았다.
며칠 전 엄마와의 전화통화에서
난 화를 내며 끊어 버렸는데
아 누가 그 대화가 마지막 인줄 알았을까.

그 전화를 끊은지 며칠 후,
새벽에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아주 아프시다는데.."
난 그저 엄마가 아프신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분 뒤 남동생이 다시 전화를 했다.
"엄마가...돌아 가셨데."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아버지와 우리 사남매는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문득, 십 삼년전 홀로 어머니를 한국에 두고
이렇게 우리 다섯 식구만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오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언젠가는 헤어지지 말고 꼭 함께 살자고 했었는데...

어머니를 땅에 묻고
장지에서 밥을 먹었다.
분명 한 톨의 밥도 삼킬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염치없이 시원한 무국과 맵지도 짜지도 않은 고추 장아찌가 자꾸 입맛을 돋구었다.
아 그때 벌써 내 안에서 새로운 한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였다.

쥐때 해에 태어 나셨던 엄마처럼
쥐띠 해에 태어난 내 딸을 보고
이모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분명 다시 환생하신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

난, 그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나의 어린 딸이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생각이 깊은
지혜로운 행동을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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