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인디언 춤'을

2007.04.15 09:00

고현혜(타냐) 조회 수:773 추천:56

     이번 주말에 아버지랑 롱비치 수족관에서 슬립오버를 하는 막내는 신이 났다.
커다랗고 오색찬란한 물고기들을 보기만 해도 신기한데 그곳에서 부족친구들이랑 아빠랑 에어베드를 펴고 잔다니...
     부족친구라 해서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아이와 남편이 함께 속해있는 이 그룹은 인디언 부족이름을 가지고 또 각자 인디언 이름을 하나씩 지어서 그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아이가 속해있는 그룹이 페닌슐라 아파치이다.

YMCA에서 진행하는 인디언 가이드(Indian Guide), 또 Y-가이드라고도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아빠와 아들이 함께 참여 하는데, 보통 킨더가든에서 시작해서 2-3학년까지 이어진다.
    프로그램 창안자는 인디언 사냔 가이드였던 조 프라리데이(Joe Friday),"인디언은 아버지가 직접 아들에게 사냥하는 법, 물고기 잡는 법, 자연과 함께 하는 법 등 인생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는데 왜 백인들은 아들을 어머니 손에서만 키우게 하는가"며 아버지의 중요성을 역설해 공감을 이끌어 냈다.
     1920년대초 시작된 것이 1935년에는 내셔널 YMCA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고 1954년에는 아버지와 딸이 함께 하는 인디언 프린세스 또는 Y-프린세스라고 부르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사실 요즈음 세계 어디서나 남자아이들이 거의 여자들의 손에서 자란다고 해도 부인할 수 없다. 남자아이들은 엄마에게서, 여자 선생님에게서 자라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점점 여성화되고 남성의 롤이 없어지는 건 사실이다.
     아버지들은 일 하기에 바빠 자녀교육은 전적으로 엄마들에게 맡겨진다. 또 증가하는 이혼과 기러기 가족, 출장 등으로 해서 아버지의 부재가 당연한 듯이 자라는 아이들이 많다.
오죽하면, 오랫만에 나타난 아버지가 시험 잘보라고 하니까, "아저씨 누구세요"라는 조크가 다 있을까.
     그런데 슬픈 건 그것이 조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꼭, 한국사회 이민 사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미국아버지들도 야구며 축구며 코치를 하며 열심히 아이들을 쫒아 다니는 것 같지만 그것도 일부일 뿐이다. 즉,
자원봉사를 하는 아버지만 몇년째 똑같이 나와 코치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좀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아빠와 아들이 꼭 함께 참석해야
하는 인디언 가이드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장이 북을 12번 치면서 모임이 시작되고 토킹스틱(막대기)를 든 사람만 말을 할 수있고 인디언 헤어밴드와 조끼를 입은 남자들의 모임. 갑자기 '아-아아'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모임도 여느 모임과 같이 한달에 한번 부족모임과 또 한번은 소부족들의 모임으로 모이는데 철저히 남자들이 알아서 저녁을 해결하고 모임의 모든 것을 주관한다. 이번 달엔 우리 남편이 호스트를 했다. 부족을 바닷가로 데리고 간다해서 도와 주려고 했는데 남편은 일찍 퇴근해서 아이와 앉아 샤핑리스트를 만들어 종이접시에서 바베큐 그리고 스모아까지 준비를 해서 나를 감동케 했다.
    
      아무리 시시해 보이는 작은 일일지라도 아빠가 함께 놀아주고 참여해 주면 아이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아 정말 아빠가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신뢰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자상한 멘토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으며 분별력과 판단력 그리고 책임감이 있어 성공 한다는데 이래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면......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07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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