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2010.02.07 14:45

강성재 조회 수:941 추천:126

사랑하다 지치고 힘들면
나는 종종 막차를 탔다
청량리에서 안동 까지
낡은 의자에 기대어
아득한 잠속으로 빠져 들고는 했다

조금만,조금만 더 미련을 부리다가
막차 시간이 가까워서야
야위어진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며
이제는 잊어야지 돌아서는 순간까지
막차는 긴 호흡을 토해내며
어서 오라 소리쳐 불렀다

그리움에 지친 이들은 모두 잠이들고
잠들지 못해 가슴이 이픈 이들이
한숨처럼 뱉아내는 뿌연 담배 연기에
슬며시 잠에서 깨어나
어두운 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그리움을
가만히 불러 보고는 했다

한겨울의 차가운 눈발을 헤치며
막차는 반딧불같은 등을 켜고
구비구비 죽령고개를 넘었다

이제는 차마 돌아 갈 수 없는 먼 길을
허위허위 달려 온 막차는
차가운 길 위에서 곤한 잠이들고
홀로 잠들지 못한 나는
돌아 앉아 시발역이 된 종점에서
새벽안개 깨우며 떠나가는 첫차를
쓸쓸히 배웅 하고는 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0 수령 500년 고사목 [1] 강성재 2010.09.23 716
239 가을 바다 강성재 2010.09.19 716
238 빈집 3 강성재 2010.10.10 715
237 가을문이 열리다 강성재 2010.08.25 711
236 바람이나 불지 말든지 강성재 2010.08.21 709
235 통나무 선술집 강성재 2006.03.24 706
234 연어가 거슬러 오를 때 강성재 2010.01.30 698
233 늦사랑 강성재 2006.03.31 694
232 참, 아름다운 열매 강성재 2010.05.21 693
231 빈 집 2 강성재 2010.09.17 692
230 도미노(domino) 강성재 2010.04.08 692
229 나의 아내는 강성재 2009.09.19 683
228 강나루 강성재 2009.09.21 677
227 콜럼비아강에 흐르는 한강의 숨결 강성재 2011.11.09 653
226 기도소리 강성재 2010.08.19 648
225 열여덟 [5] 강성재 2009.06.21 642
224 소통(疎通) [2] 강성재 2009.11.16 624
223 첫 키스 강성재 2006.03.19 620
222 되짚어 보는 발자국 [2] 강성재 2009.09.06 610
221 의문부호 강성재 2008.01.25 610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8.05

오늘:
0
어제:
0
전체:
48,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