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2009.02.17 11:52
저놈은 몇살이나 먹었을까
조그만 나무상자 속에 난장이가 되어 서 있는 소나무는
뒤틀리고 비틀어진 제 몸통 만큼이나 심사도 뒤틀려서
손가락 꼽아도 셀 수 있는 잎을 하나 둘 떨구고 있다
저놈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찍찍 뿌려대는 영양제나 강아지 오줌누듯 찔끔거리는 물이 아니라
잘리고 끊어져 나간 팔다리, 저놈의 나무통을 박차고 나가
마음껏 뻗어 나갈 수 있는 힘, 그것을 돌려 주는 일이다
다리를 단단히 옭아메고 있는 나무통을 부셔 버리고
제 몸위에 기대어 살려는 세상 모든 것들을 보듬어 안고
서로 엉키고 설키어 이런들 저런들 함께 어우러져서
신명나게 한번 살아 보는 일이다
그렇게 살다가 벼락 맞아 죽는데도 여한이 없게
잘린 팔,다리 돌려 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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