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2008.11.07 14:12

강성재 조회 수:446 추천:91

가을볕에  누웠더니
누운 자리에서 겨울을 만났다
사람 냄새에 대한 그리움 한자락
가슴에 두었더니 시가 되었다
한없이 부끄럽다
너를 속인 것 같아 부끄럽고
내가 속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런 부끄러움이 나를 버티게 한다
겨울 추위에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사랑에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겨울은 옷섶에서 부터 봄을 털어 내 버릴테니

나는 지금 지독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자괴(自愧)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너는 어디에 숨은 것이냐
내가 숨쉬고 있는 하늘을
너도 숨쉬고 있기는 한거냐
가끔은 세상 최고의 시인이나 된것 처럼 흥청망청
젊은날을 소비하던 기억들을 들추어내곤
가슴에 깊게 난 생체기를 쓰다듬으며
쓸쓸 해 하곤 한다
빈 술잔에 맑은 소주를 담아
가슴을 태우던 나를 두고
가을을 따라 나선 네가 간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나는 또 얼마나
이 겨울의 늪을 헤매여야 할까
갈 길은 아직 멀다
그러니 우선 빈 술잔 부터 채워야겠다
조금만 머뭇거리면
허울 같은 겨울옷만 남을 것이니

봄이 오면 다시 사랑을 해야지
나는 두껍게 입은 절망을 벗어 던지고
봄이 오는 길목을 버티고 서서
너를 기다리마
사랑이야 그때에 다시 하면 되는게 아닌가
새로운 사랑은 아마 푸른색으로 시작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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