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舊迎新

2008.12.19 08:44

강성재 조회 수:491 추천:98

섣달그믐엔
내 몸의 모든 뿌리에서
묵은 때를 씻어 내리라
어둠에 자리하여 바람마져 들지 못했던
내 이력의 모두를 걷어 내어
영욕의 칼바람 앞에
벌거벗은 몸으로 서서
내 몸 구석구석을
햇빛에 걸어 말리리라
이제는 더 아파야 할 시간이 없다
죽어서 묻힐 것이면
차라리 살아서 벗어 던질 일이다

정월초하루엔
내 몸의 모든 가지에
새 옷을 지어 입히리라
어둠에 숨죽이던 모든 것들을 불러내어
노래하게 하리라
칼바람 앞에 숨어있던 가지들을
다시 싹튀우고 움트게 하여
생명을 아름답게 하리라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흙에 뿌리 내리고
하늘에 머리를 두고 사는 것들은 아름답다
년년이 묻히고
년년이 다시 태어 나는 것들은
존귀하다
이제 나는 죽고
나는 다시 태어남으로
스스로 존귀 해 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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