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산책

2009.12.21 14:10

강성재 조회 수:724 추천:114

언 땅에서도 늘상 푸른 솔잎들아
내가 언제 양식이라도 될만한 거름을
거두어 본 적 있었던가
수액을 모두 빼앗긴 채 말라 죽은
일년생 들풀같은 몸이라도
지탱해 본 적 있었던가
언제부터 이 산길을 걸었는지도 모르는 석양녘
낮과 밤의 틈새에 끼인 심장은
아직 뜨겁다

돌부리에 걸려 흐르는 핏물을 본다. 보면,
언제나 푸른 솔잎과 쓸쓸한 오두막 하나와
자욱한 안개의 공포
숲속을 배회하는 바람은 비명을 지르고
돌부리에 휘감긴 풀잎은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발바닥을 찌른다
차마 먼 길 가지 못할것이나
슬프지 않다

슬프지 않음이나
아프지 않음이 아니다

새 한마리 풀잎에 걸린 씨앗을 물고 하늘을 난다
잘 익었으니 꽃 피울 것이다
오래 오래 피어 있을 것이다
13월의 아침에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0 아내의 기도 제목 강성재 2013.10.16 8035
259 님이시여 이제 영원히 평안 하소서 [1] 강성재 2011.06.22 977
258 막차 [4] 강성재 2010.02.07 941
257 비망록 2010 [2] 강성재 2010.11.14 926
256 바다여 강성재 2009.10.11 922
255 빈집 5 강성재 2011.03.09 920
254 바람소리에 강성재 2011.02.18 899
253 그대앞에서 강성재 2009.10.14 899
252 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 강성재 2009.12.29 826
251 산 꼭대기 옥탑 방 강성재 2010.11.13 821
250 심산계곡에 집 한 채 짓고 강성재 2010.08.19 803
249 칼슨(Carson)의 겨울 강성재 2010.11.13 788
248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 [2] 강성재 2012.10.11 781
247 아내 생일날 [3] 강성재 2010.06.14 773
246 봄, 또 이렇게 강성재 2011.02.18 763
245 여우비 내리던 날 [1] 강성재 2010.09.17 760
244 빈집 4 강성재 2010.10.10 733
243 인생 강성재 2010.08.21 726
» 13월의 산책 [2] 강성재 2009.12.21 724
241 가을날 강성재 2010.09.18 718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8.05

오늘:
0
어제:
0
전체:
48,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