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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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브라보 화이팅!

2009.01.31 01:07

이정아 조회 수:488 추천:45




 



    브라보 화이팅!

    이정아


    지난 주엔 두번의 칠순 잔치가 있었다. 사람이 워낙 성숙한지라(?)
    가까이 지내는 분들도 모두 연배가 높으신 어르신들이다. 그런데도
    모두들 나이차를 못 느낄 정도로 젊게 사신다. 예전엔 칠순이라하면
    세상 다 산 늙은 분들로만 생각했었는데, 요즘엔 그게 아니다.
    띠 동갑보다도 더 차이 나는 내또래보다 더 젊은 사고와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다.


    소설가이신 Y선생님의 재미있는 칠순이야기 이다. 시누이 올케가
    같은 달 7순을 맞았다. 두 분은 E여대 국문과 동문이기도하고 ‘시’
    자를 떠나서 사이좋은 자매같이 살았다. 칠순도 의기투합하여 두집안
    합동으로 치르게 되었는데 아주 훈훈하고 품위있는 잔치였다. 한분은
    오리지널 윤씨이고 한분은 윤씨댁에 시집을 가서 미국식 윤씨가 되었는데,
    식당의 안내판에는 두 윤씨의 이름이 적혀서 마치 자매의 생일날 같았다.
    곱게 늙으신 모습이나 호리한 몸매나 생김도 비슷하였다.


    한국식 떡 케이크와 따님이 만든 미국식 알록달록한 컵 케이크 타워에
    꽃으로 배설된 잔치상 앞. 돗자리를 깔고 미국인 사위도 한국인 자손도
    절을 한다. 오른 손이 포개어지는 법에 따라 산자에게 드리는 절과
    망자에게 바치는 절이 다르다는데,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자손은 막무가내식
    절을 하여 더 웃음꽃이 피었다. 서툰 솜씨여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예뻤다.
    두집 자손의 자손인 손자녀들이 많아서 어르신의 칠순잔치에 매직쇼를 하는
    clown(삐에로)가 초청이 되었다. 아이들은 모두 조용히 매직쇼에 몰두
    하느라 어른들은 마음껏 웃고 교제할 수 있었다. 칠순 당사자의 배우자와
    동기간도 모두 칠순을 넘기신 분들이었는데, 은발이 옷차림이 미국생활
    40년가까이 사신분들 답게 중후하고 아름다웠다. 이민 25년차인 내눈에
    그게 보인다. 투자이민 이다 해서 요즘 돈 싸들고 오는 이들이 만드는
    물질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품위 말이다.


    이곳에는 어린아이들이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나눠받아 오는 goodies
    bag 이 있다. 작은 장난감이나 연필 수첩등의 문구용품이 담긴 백이다.
    그게 그리도 부러웠는데 이번 칠순 잔치에선 어른용 goodies bag을
    준비해서 나누어 주었다. 가끔 결혼식에 가면 신랑 신부의 이름이 적힌
    양초나 캔디주머니를 받긴했어도 어른 생신에 goodies bag 아이디어는
    정말 재미있었다. 70숫자를 적은 스티커는 미국사위의 솜씨이고 박하캔디
    한통과 립스틱모양의 펜과 초컬릿은 따님이 준비하였단다. 한국식으로
    떡 한 꾸러미도 받아왔다.


    남들은 은퇴하는 나이에 일을 시작하신 Y선생님은 카운티 병원에서 일을
    하신다. 병원 행정을 보시는데 가끔 의사들의 요청으로 한국인 환자의
    통역을 도와주다 보니 글감을 얻게 된다고 하신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이곳 한국일보의 신춘문예 당선을 한 멋진 분이시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간절한 새벽기도의 힘으로 따님을 살려낸 신앙의 어머니이기도 하시다.
    따님이 깨끗이 나았다는 의사의 소견에 칠순잔치도 하실 힘을 얻었다는
    선생님. 선생님다운 겸손하고도 참하고 정다운 칠순잔치였다.
    이런 잔치라면 이런 칠순이라면 나이먹음을 기대해 볼만 하다 싶다.
    여러가지 축하의 마음과 존경을 담아 선생님께 드리는 글이다.
    선생님의 여생에 브라보 화이팅!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