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덕담

2007.01.03 00:21

김동찬 조회 수:383 추천:38

신년사

                    아버지의 덕담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세배를 드리고 나면 이런 식의 덕담을 주시곤 했다.
“올해엔 장가를 든다지?”
“금년엔 직장을 갖는다지?”
“아들을 낳는다지?”
마치 이루어질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아니 이미 소문이 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투로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옛 분들이 세배를 받을 때 그렇게 덕담을 주시곤 했다고 하니 뵌 적이 없는 할아버지도 우리 아버지처럼 정다운 분이셨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건강하기를 바란다”보다는 “올해도 건강할 거라면서?”라고 넘겨짚어서 얘기하는 화법에는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아버지의 덕담을 듣는 새해 아침은 희망을 가져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꿈이 미리 이뤄질 거라고 상상해보고 믿어보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아버지의 덕담이 아니더라도 새해의 새 아침은 새로운 꿈을 맘껏 꾸어볼 수 있어서 좋다.  사실 우리는 복잡하고 위험한 현대를 살면서 얼마나 걱정을 많이 하고 불안해하며 지내고 있는가. 그런 어두운 마음을 다 털어버리고 새해 아침에 밝은 희망을 가져보고 그 꿈이 이뤄질 거라고 믿어보는 즐거움마저 없다면 참 살맛나지 않을 거다.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희망을 가져보는 것은 새해 아침의 하례 자리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주식 시장에도 ‘일월 효과’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새해의 경기에 대해 투자자들이 낙관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일월에는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 금언이 생각난다. 내가 어렸을 적에 만화책에서나 보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단추만 누르면 차고 문이 스르르 올라가고 그 속으로 내가 자가용을 몰고 들어가는 일이 꿈같이 여겨질 때가 종종 있다. 촌놈이었던 내 어린 시절에는 그런 일들이 꿈에서나 가능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저 떠오르는 밝은 햇살처럼 싱싱하고 건강한 꿈을 마음껏 꾸고 싶다. 바램을 크게, 많이 가져본다고 해서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나뿐만아니라 우리 동포 여러분들도 커다란 꿈을 꾸시고 그 꿈과 바램들이 다 현실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담아, 선친의 덕담하는 방식을 빌려 동포 여러분께 삼가 새해 인사를 올린다.
   “올해에는 조국에서 통일이 이뤄진다고 하지요? 동포 여러분들도 한 분도 빠짐없이 더욱 건강하시고 부자가 되신다면서요?”

--- <타운뉴스> 2007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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