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2007.03.31 01:46

김동찬 조회 수:608 추천:52

사랑

쓰기 어렵다.

시인이란 시인은
열 번씩, 스무번씩
돼지 새끼 낳듯 뽑아놓았을 터.

백 번씩, 골 백번씩
사랑을 하면서
살다간 사람들은
말로
일기로
편지로
몸으로
사랑을 휘갈겨 놓았으니

내가 쓰는 사랑 시는
신라의 한 처자가
냇가에서 떨군 눈물이
노래로 흘러흘러 내려온 것.

햇빛에 바랜 이 거무튀튀한 자국은
조선시대의 한 처자가
잠 못 자고 쏟아놓은 핏자국일까.

인디안 청년이
도끼로 나무에 팍팍 찍어
약혼녀에게 남긴 유언일지도 몰라.

내가 마침내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시 구절도
필시
오래 된 책장의
케케묵은 먼지일 터.

그래도 사람들은
사랑을 앓고,
시인들은
사랑 시를 쓰고,

시인이 되다만 나는
그대의 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아직도
어려워
어려워
하고 있다.

  --  <미주문학> 200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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