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묻습니다

2007.04.22 06:21

김동찬 조회 수:516 추천:37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는 한 문인으로부터 그곳에 눈이 온다는 이메일을 받았는데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엘에이에는 비가 오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쪽은 어떤지요. 바다 건너 하와이에 계시는 문인들께서는 혹시 모처럼 일광욕을 즐기러 바닷가로 나가지는 않으셨는지요.
  문학이란 배를 타고 함께 항해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넓은 땅에 이민 와 바쁜 생활을 하다보니 안부 전하고 지내는 일조차 소홀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음 한구석에 미주의 모든 문인들과 한 자리에서 만나는 상상 - 활발하게 작품을 돌려 읽고, 문우의 정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꿈이 현실화되기를 늘 바라고 있었습니다.
  저희 협회에서도 꾸준히 그 일을 위해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하고 애써왔습니다. 노력에 비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을 뿐이지요. 지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까이 계신 분들을 먼저 만나게 되고 손에 닿는 일부터 하다보니 멀리 계신 분들과 교류하는 일을 미뤄두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여러 곳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지역별, 장르별 문학단체들의 영역을 존중한다는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먼 거리만 탓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습니까. 미주에 있는 동포문인들끼리 좀 더 가까이 지내고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한국의 많은 국문학도와 학자들이 국문학사를 정리하고 연구하면서 미주 동포들의 문학을 빼놓을 수 없게 됐습니다. 미주동포들의 문학이 한국문학의 변경으로 취급해버릴 수 없을 만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한국평론가협회가 해외동포들의 작품을 24권짜리 전집으로 엮어 출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저희 미주한국문인협회만 해도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미 전역에 300여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월보와 계간 <미주문학>을 발행하고 있고, 협회 왭 사이트 안에 70명의 문인이 ‘문학서재’란 개인 사이트를 만들어 활동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문학지를 통해 등단하고 한국의 문단에서 활동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보다 많은 본국의 한국어 독자들에게 내 글을 소개하고 싶어 하는 것을 누가 탓하겠습니까.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미주 동료 문인들의 활동에 먼저 힘을 보태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주에도 문학을 배울 수 있는 원로와 석학들이 많이 계시고, 또 <미주문학>이 한국의 중견 작가와 비평가들의 원고를 싣고 있고, 그 분들을 매년 초청해 강연회도 열고 있습니다. <미주문학>은 매호 한국의 주요 도서관에 배부되고 있으며 인터넷과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과 학자들에게 작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미주 동포 여러분,
   이 글을 읽고 계신 선생님께서는 아직 등단하지 않으신 분입니까? 그러면 미주문학 신인상에 도전해주십시오. 선정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금과 상패 그리고 무엇보다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뽑히신 분이라는 명예를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지역의 문학단체나 동인모임, 혹은 장르별 협회 등에만 소속돼 있는 분입니까. 그러면 현재 소속돼 있는 단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미주문협에도 가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주문협은 전 미주 지역의 문인을 하나로 묶는 광장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미주문협에 가입함으로써 선생님께서는 미시와 거시가 조화를 이룬, 보다 풍성한문학 활동을 하시게 되리라 믿습니다.
  활짝 열린 미주문협으로 어서 들어오셔서 여러 선배님들의 문학 혼과 정성이 쌓여있는 미주한국문인협회의 주인이 돼주십시오. 미주문협의 노하우, <미주문학>과 왭 페이지에 쌓여있는 데이타 베이스, 그리고 미주 전 지역에 걸쳐 있는 문인 네트워크를 이용하십시오. 이를 통해 마음껏 작품을 발표하시고 동포문인들과의 교류를 활발하게 나누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참여로 인해 <미주문학>이 더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것이 또한 우리의 글을 읽어주고 문학 활동을 지원해주는 귀한 미주 동포와 본국의 독자들에 대한 미주 문인들의 책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생님의 동참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더욱 자주 온,오프 라인으로 선생님의 안부를 묻고, 선생님의 향기 높은 문학작품으로 답신을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2년 임기의 심부름을 시작하며,
                                         김동찬 삼가.

-- <미주문학> 2007 봄호. 권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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