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창녀의 독백

2007.07.27 05:32

김동찬 조회 수:447 추천:31

나는 오늘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어.
내가 위대한 사람이라는 걸.

그 멍청한, 불쌍한, 머리가 돈
한국 청년이
미국 대학에서 삼십명이 넘는 학생들을 사살하고
자신의 머리에도 총알을 박고 죽었다는
기사를 읽었어.

얼마나 총을 쏘고 싶었으면
얼마나 사람을 죽이고 싶었으면
얼마나 분노가 쌓이고 쌓였으면
그렇게 했을까.

부모도
거룩한 종교도
그가 공부했다는 문학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 정부도
...
아 무 도
...
어쩌지 못했다는군.

나를 찾아왔더라면
내가 그 어린 것을 보듬어 주고
핥아 주었겠지.
그러면 그는 내 품속에서 단 잠을 자고
수탉처럼 새 날을 맞았을 거야.

나는 저 많은 사람들을 구원했을 때처럼,
자 나를 향해 니 맘속에 가득찬 검은 총알을 갈겨 봐
라고 말하며
기꺼이 총알받이가 되어주었을 텐데.


- 계간 <미래문학> 200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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