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 2

2005.09.12 03:29

김동찬 조회 수:328 추천:37

허리수술 받기 한 달 전부터,
받고 나서 또 한 달
빈둥빈둥 누워 지냈다.
바쁜 세상에 고급병 앓았다.
처음엔 시간이 온통 내것이라서
귀엽고 신기해
이리저리 만져도 보고
삐까번쩍 닦아 광도 내 보고
뽀드득뽀드득 소리도 내 보았다.
그러나
주머니 속의 조약돌처럼
이내 싱겁고 지겨운 일이 되었다.
나는 그 시간을 집어던졌다.
시간은 날아가서 침대 옆 거울을
깨트렸다.
유리 파편이 아내에게, 딸에게
튀는 것이 보였다.
아내는 그것을 아프리카에 간 선교사에게 소포로 부쳤고
딸은 복음성가 악보에 검은 음표로 사용했다.
내가 버린 거울의 작은 조각들이
별이 되고, 보석이 돼
여기저기서 빛나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그것들을 다시 쓸어 모으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허리를 폈다.
직립으로 서도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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